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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어서 출근하기

284일차

by 소곤소곤


밖을 내다보니 온갖 푸른빛의 나무들이 슬슬 낙엽이 지려한다. 이제 앙상해질 모습만 남았구나. 문득 혼자서 걸어 출근하던 날이 생각난다. 기억의 조각을 꺼내어 본다.




한 계절 전의 일이다.

남편에게 갑작스러운 일정이 생겼다. 게다가 내 차를 써야 하는 상황이란다. 남편차는 불편하여 내가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오늘 이브닝 근무인 나는 다른 교통수단을 이용해야 한다. 택시나 버스 아니면 도보. 버스를 탈까 걸어갈까. 시간은 비슷하게 걸린다. 남편은 강력하게 걸어가라고 했다. 꽃이 많이 피었다면서.


한참 책내기에 빠져 퇴고를 하느라 정신없던 나다. 집에서 나만의 세계에 빠져 노트북 삼매경이니. 눈이나 비가 오는 것만 알던 때다.

남편의 권유로 운동화를 신고 오랜만에 강제 나들이를 해본다. 어쩜 목련이 지려고 하네. 땅바닥의 민들레는 옹기종기 모여있고, 내가 좋아하는 산수유도 피어서 불꽃놀이 같구나. 살구꽃도 만개했고, 벚꽃도 피고 있다. 개나리는 이파리까지 나왔고 이름 모를 파란 꽃도 피었지. 언제 시간이 이리 빨리 지나갔을까.

앞만 보고 가니 옆길의 피어나는 꽃을 지나칠 뻔했구나. 삶을 살아갈 때 전속력으로만 계속 나아가면 놓치는 것이 있겠다. 세상 귀한 아름다운 것들을 즐기는 시간도 나에게는 필요하다. 가끔은 가던 길을 멈추고 옆을 돌아보는 때도 필요할 것 같다. 그래야 오늘처럼 피어나는 꽃을 보는 날도 있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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