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족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와 대화할 때 어떤 말을 해주어야 할지 막막할 때가 많습니다.
아이가 겪는 다양한 사건과 상황을 이해해야 한다는 교육학자들의 조언을 머릿속에 새기지만, 그것이 제 마음을 거쳐 입 밖으로 나오기까지의 과정은 참으로 어렵게 느껴집니다.
위로의 말, 응원의 메시지 같은 따뜻한 표현들은 제가 어릴 적 받지 못했던 것들이기에, 제 머릿속에는 그런 다정한 말들이 채워져 있지 않습니다.
그런 내 모습을 돌아보면, 어쩌면 이 모든 것이 단순한 핑계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곤 합니다. 제 어린 시절을 떠올려보면, 아버지는 사고로 일찍 세상을 떠나셨고, 엄마는 홀로 삼남매를 키우기 위해 매일 생계에 집중해야 했습니다.
맏딸인 저는 그런 엄마의 고단함을 잘 알면서도, 아이를 키우며 다시 생각해보면 다정한 말을 듣기 어려웠던 어린 시절이 서글프게 느껴집니다.
엄마가 바쁘신 동안 저희 삼남매는 할머니 손에서 자랐습니다.
할머니에게서는 따뜻한 말 한마디조차 듣기 어려웠던 기억이 선명합니다. 가끔은 "이 모든 게 할머니 때문"이라며 탓해보기도 하지만, 이제 와서 아무것도 바꿀 수 없다는 것을 잘 압니다.
나의 어린시절의 과거로 돌아갈 수 없기에, 제 아이에게는 다정한 언어로 키우고 싶어 노력합니다. 하지만 듣고 보고 자란 것이 없는 탓에, 아이에게 쏟아주는 제 언어적 자극이 과연 아이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을지 의문이 듭니다.
그래도 탓한다고 달라질 것이 없다는 걸 알기에, 조금씩 제 자신을 변화시키기 위해 노력합니다.
다만, 그 과정이 쉽지 않고 가끔은 억울한 마음이 듭니다. 제가 받지 못한 언어들을 하나씩 배우고 익히는 일은 제게는 낯설고 어려운 일이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변해야 한다는 사실은 분명합니다.
아이에게 제가 겪은 결핍을 조금이나마 전달하지 않기 위해, 그리고 아이에게 다정한 세상을 물려주기 위해, 오늘도 다시 한 번 제 자신을 마음을 다잡아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