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과 책임감의 중요성
금요일, 학교 급식 중단으로 인해 수아의 반에서는 점심 대신 무스비를 만들어 먹기로 했다. 수아는 계란지단을 준비하기로 맡았고, 나는 아침부터 바쁘게 계란지단을 만들고 있었다. 그런데 수아가 갑자기 “엄마, 내가 분명 계란지단이라고 들었는데, 어제 친구들 말하는 걸 들어보니 또 스팸이라고 해서 헷갈려”라고 말했다. 당황스러웠지만 혹시 몰라 집에 있던 스팸도 함께 구워 준비했다.
이 일을 겪으며 기록의 중요성을 새삼 느꼈다. 아이들이 의논한 내용을 정확히 기록했다면 이런 혼란은 없었을 것이다. 의견이 엇갈리는 상황에서도 기록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을 텐데 말이다.
학교에서 간단한 급식 대체식을 준비한다고 하여 점심을 굶게 될 걱정은 없었지만, 어쨌든 무스비를 맛있게 만들어 즐기길 바라는 마음으로 스팸과 계란지단 모두를 준비해 수아를 학교에 보냈다.
수아가 학교에 도착한 지 약 30분 후, 담임선생님께서 전화를 주셨다. 핸드폰 화면에 ‘담임선생님’이라고 뜨는 것을 보고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전화를 받았다. 알고 보니 수아 모둠의 한 친구가 아파서 결석하게 되었고, 그 친구가 맡기로 한 밥을 준비하지 못했다는 것이었다. 이 상황에서 수아가 “제가 집에 가서 밥을 가져오겠습니다”라고 자원했다는 소식이었다.
책임감 있는 수아의 행동에 감동했지만, 갑작스럽게 밥을 준비해야 한다는 소식에 적잖이 당황했다. 더군다나 집에 밥이 없었던 터라 한동안 어찌해야 할지 고민했다. 다행히 선생님께서 “다른 방법을 찾아보겠다”고 말씀하셨지만, 오전에는 수업 스케줄이 없었던 터라, 점심시간에 맞춰 따뜻한 밥을 가져다 주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결국 선생님께 다시 전화를 걸어 내 의사를 전하려 했는데, 선생님께서는 이미 다른 모둠원의 부모님과 통화를 마쳤고, 밥을 준비하기로 했던 부모님께서 직접 가져다 주시기로 했다는 소식을 전해주셨다.
결과적으로 모두가 협력하여 문제를 해결했지만, 이 일을 통해 기록과 의사소통, 그리고 서로 돕는 마음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금 깨달았다. 무엇보다도 책임감 있는 수아의 모습이 무척 자랑스러웠다.
오늘 하교 후 돌아오는 수아에게 책임감 있는 태도를 칭찬하며 따뜻한 격려를 전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