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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지영 작가님의 '널 보낼 용기'를 읽고

by 병 밖을 나온 루기


영원히 열일곱일 나의 딸에게


이 문장은 열 번이면 꼬박 열 번을 내 눈시울을 붉히게 한다. 목숨보다 아까운 딸을 잃은 저자의 슬픔을 내가 온전히 알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내게도 딸이 있기에, 그 슬픔을 더듬거리며 가늠해 보게 된다.


브런치스토리에서 처음 송지영 작가님의 글을 접했다. 글은 다소 충격적이었고, 나는 단숨에 글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애통하고도 비통한 문장 더미 속에 묘하게 따뜻한 보드라움이 보였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처음엔 글 속에 담겨있을 아이와 부모의 문제를 찾으려 했다. 뾰족이 찾아낼 수 없었기에 넘겨짚기도 했다.


나는 평생 내가 가해자가 아니었음을 스스로 증명하며 살아야 한다.
그 병의 근원을 묻는 시선은 언제나 부모를 향해 있다.


머리를 한 대 맞은 것 같았다. 잘못된 시선을 가지고 있었음을 깨닫게 해주는 문장이었다. 아이를 잃은 부모에게 바깥의 시선으로부터 '내가 괜찮은 부모였다는 것'을 증명하게 해서는 안되는 거였다.


책을 읽으면서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치 교통사고처럼 말이다.

사랑하는 이가 우울함에 빠져드는 것을 막을 수 없다고 하더라도, 어떻게 하면 조금이라도 그를 도울 수 있는지 생각해보게 했다.


나는 낳고 기를 줄만 알았지. 아이를 보내는 법은 배운 적이 없다.

어디서 그런 걸 배울 수 있을까? 수많은 육아서를 읽었어도 그런 내용이 있을 리는 만무하다.


이 책은 혹시나 지금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을 부모에게도, 또 자녀일 당사자에게도 위로이자 힘이 되는 책일 것이다.


"건강하게만 태어나다오."라며 아이에게 오직 건강만을 바라던 '엄마의 초심'에 대해 생각하게 했다.

오열하며 책을 덮고서, 잠든 아이를 보고 굳이 볼을 비벼본다. 책은 존재만으로 기쁨인 아이들을 잊지 마라고 얘기해주고 있다.


댓글을 통해 소통한 송지영 작가님은 교양 있고, 따스하고 재미있는 분이셨다. 재미있는 분이라는 점이 나를 안심하게 했다. 내가 뭐라고 작가님을 두고 안심을 하는 건지 모르겠지만 실제로 한 번 뵌 적 없는 분을 나는 꽤 자주 떠올리곤 했다.


엄마가 잘 해낼 거란 걸 알고 있었던 거지?


실제로 저자는 글을 통해서 '서진'이와 닮은 아이들, 그리고 저자처럼 자살 유가족이 된 사람들과 마음을 나누며, 서로를 돕고 계신다. 살아나갈 이유를 찾기 힘들었을 남겨진 자의 삶 속에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어질 삶을 온기로 가득 채우고 계신 저자가 나는 진심으로 존경스럽다.


아이를 키우고 있는 분이라면 이 책을 꼭 읽어보면 좋겠다.

깊은 상실을 겪으신 분도 읽었으면 좋겠다.

가까운 사람, 또는 본인이 우울에 빠져 있다고 해도 읽었으면 좋겠다.

사랑하는 이가 있는 분이라면 이 책을 꼭 읽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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