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시댁식구들이 오셔서 놀다가 가셨다. 주말에 피곤했는지 미리 내놓은 월요일 휴가가 달콤했다.
아무것도 하기 싫어서 드라마 한 편 틀어놓고 누워있는데 오전 11시 40분쯤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 컬렉트콜인 걸 보니 동동이였다.
“엄마, 머리가 너무 아파서 보건실에 갔더니 보건선생님이 점심 먹고 와서 약 먹으래. 담임선생님은 조퇴하고 집에 가래.”
점심은 12시 30분에 먹는데 아파서 그때까지 못 기다릴 것 같다고 했다. 아침에 휴가라고 알려줬던 게 화근이다.
후딱 데리러 가서 만나자마자 이마를 짚어보니 열은 없었다. 집에 와서 꼬치꼬치 물어보니 아침부터 보건실이 만실이었단다. 자기 반 친구들 두 명이 이미 보건실에 누워있어서 자리가 없어서 교실로 돌아왔단다. 한 친구는 올해 조퇴를 열다섯 번이나 해서 이젠 조퇴도 할 수가 없단다. 자기가 봐도 그 친구는 상습범이란다.
그러더니 오자마자 옷을 훌러덩 벗어던지고 탭을 가지고 침대에 냉큼 드러누워 버렸다.
교동짬뽕에서 탕수육 대자랑 짬뽕, 짜장을 포장주문해서 셋이 오물오물 배 터지게 먹었다.
배부르게 먹었겠다 각자의 방에서 각자 하고 싶은 것 하기. 나는 다락에 가서 드라마를 틀어놓고 누웠더니 잠이 솔솔 왔다. 눈을 떠보니 포포가 언제 왔는지 내 다리를 베개 삼아 턱을 올려놓고 자고 있었다. 동동이 아빠도 안방에서 자고 있는데 다락까지 올라와서 내 옆에 자고 있는 녀석이 기특해서 다리가 불편해도 내버려 두었다.
그러고 있으니 동동이가 와서 게임을 하면 안 되냐고 물어본다. 오늘은 안된다며 비도 그쳤는데 자전거나 타러 가자고 했더니 알겠다고 해서 바로 준비해서 둘이 출발했다. 오늘은 동동이가 가고 싶은 곳으로 가겠다고 해서 "그래, 오늘은 네가 팀장을 해라. 나는 팀장님 말씀을 따르겠다"라고 했더니 나름 규칙도 만들어 알려줬다.
자전거 딸랑이를 두 번 치면 빨리 오라는 뜻이고 한번 치면 멈추라는 뜻이라고 했다.
내 자전거는 오래돼서 딸랑이가 고장이 나서 입으로 딸랑딸랑 대답하겠다고 했다.
집 앞에서부터 한참 동안 내리막길이라서 페달 위에 발만 올려놓아도 저절로 싱싱 잘 내려갔다.
비 온 뒤라 바람은 차가운데 가는 길에 차도 없고 시원한 공기에 기분이 상쾌했다.
동동이도 신이 나는지 자전거 안장에서 엉덩이를 떼고 일어서서 씰룩씰룩 엉덩이 댄스도 몇 번이고 춰보였다.
그렇게 팀장님 뒤를 따라 무사히 목적지인 왕피천공원까지 왔다. 공원입구 벤치에 앉아 자전거 바구니에 넣어온 샤브레 한 봉지를 꺼냈더니 팀장님 얼굴이 밝아졌다. 두 개씩 나눠먹으니 기분이 최고였다.
조금 더 타고 가서 놀이터 벤치에 자리 잡고 이번에는 쫀드기를 하나씩 나눠먹었다.
돌아오는 길에 몇 번이고 입 딸랑이를 불러야 했다.
거리를 유지하며 동동이 뒤를 따라가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떠올랐다.
나중에 더 나이가 들면 동동이는 어른이 되고 따라가는 내가 버거워지겠지.
어느새 훌쩍 커버린 뒷모습이 듬직하면서도 나를 떠나서 멀리멀리 가는 것만 같아 아득하고 아쉬웠다.
머지않아 내 품을 떠나겠지. 내가 싫어하는 것도 하려고 할 때가 오겠지.
멋진 어른으로 자랄 수 있도록 가까이에서 늘 응원해 주는 엄마가 되어야지.
내 품을 떠나기 전까지 이렇게 자주 함께하는 시간을 가져야지.
나중에 섭섭하게 하더라도 이 때의 추억을 꺼내 녹여먹어야지.
자기 전에 침대에 누워서 오늘 자전거 같이 타서 좋았다고 얘기하니 동동이는 자기가 팀장이라서 좋았다고 한다. 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