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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다 Nov 05. 2024

사랑하는 벗에게

나의 하나뿐인 벗에게 보내는 편지


나에겐 사랑하는 벗이 있다. 예전엔 회사동료, 친한 언니라고 불렀지만 몇 년 전 우리가 연결되고부터는 벗이라는 단어밖에는 설명이 안 된다.

가족 말고 다른 사람의 행복을 이렇게 간절히 간절히 바랄 때가 있었던가 싶을 정도로 나는 지금 간절하다.

나의 벗과 다시 예전처럼 연결되고 싶다.


우리의 첫 만남은 회사에서 시작되었다. 같은 부서에서 잠깐 일했다가 육아휴직 후 다시 만난 우리는 가끔 마주치면 인사를 하다가, 밥 한번 먹자고 했다가,  한 달에 한번 정도 꾸준히 밥 먹는 사이가 되었다.

E 성향인 내가 적극적으로 언니를 불러내지 않았다면 우린 같이 밥 먹는 사이조차 되기 힘들었을 것이다.

언니는 내 얘기에 잘 웃어주었지만 적당한 선이 있었다.  

그렇게 밥 먹을 때만이라도 언니가 웃어주는 게 좋아서 자주 보고 싶은 사이, 처음엔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사실 나의 일방적인 짝사랑이었을지도…


언니가 조금씩 마음을 열었다고 생각이 든 건 언제쯤이었을까?

내가 처음으로 혼자 김장을 해서 언니에게 맛보기로 김치를 나눠줬을 때였을까?

언니는 김장 김치를 나눠준다는 건 모든 것을 주는 것이라며 엄청 좋아했던 기억이 난다.

내가 처음으로 짧은 글을 써서 회사 메일로 보냈을 때 언니는  내 글에 자기의 에피소드를 덧대어 정성스러운 답메일을 보내주면서 우리는 서로에게 더 솔직해질 수 있었던  것 같다.

내가 글을 계속 쓸 수 있었던 이유도, 내 글을 제일 좋아해 주는 사람도 언니였다.


언니가 마음을 열었을 때 나는 마침내 영혼의 단짝을 찾은 기분이었다.

내 마음을 깊이 이해해 주고, 어떤 얘기를 해도 다 들어주는 평생 내 편이 되어줄 것 같은 존재는 내 인생에 처음이었다.

부모님도, 남편에게도, 친구들에게서도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깊은 연결이었다.


한 번은 공연을 보러 갔는데 가수의 배경화면으로 경복궁에서 연회를 하며 뛰어노는 소녀들의 영상을 보게 되었는데 그 영상이 오랫동안 기억에 남았다. 전생에 언니와 내가 동네에서 서로 머리도 땋아주고 고무줄놀이도 함께하는 소녀들이 아니었을까, 우리의 전생은 어릴 적부터 연결되어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오랫동안 품고 있었지만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은 차마 부끄러워 언니에게 얘기하지 못했다.


그렇게 깊이 연결되어 있던 우리는 올해 초에 언니가 부산으로 이사를 가면서 물리적으로 멀어져 버렸다. 하지만 걱정 없었다. 언니가 좋아하는 엽서와 편지 쓰기로 우리는 자주는 아니지만 서로 애틋한 마음을 나눌 수 있었다. 내가 많이 아팠을 때도 그 누구에게도 닫혀버렸던 마음이 오직 언니에게만 열려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그 연결이 깜빡깜빡거리고 있다.  

마음의 거리는 부산보다 더 멀어졌다. 편지든 통화든, 버스로든 비행기로든 다른 누구에게는 갈 수 있지만 내 벗에게는 지금 쉽게 닿을 수 없다.

걱정된다고 보고 싶다고 어떻게 지내냐고 수없이 묻고 싶지만 꾹꾹 참기로 했다. 

나는 지금  기다려 주는 것도 사랑이라는 것을 배워가고 있다.


그리고 간절히 바라고 있다.

내 벗이 어두운 터널을 지나는 길에서 많이 아프지 않기를…

무사히 통과한 그 터널 끝에 밝고 따뜻한 빛이 내 벗을 맞이하기를… 

그리고 다시 우리가 연결되기를…

그날이 너무 멀지 않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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