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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빛의 여행자 Nov 22. 2024

매콤 쫄깃 로맨스

떡볶이 이야기

 떡볶이는 떡면(가는 가래떡)을 주재료로 하는 한국 요리다. 이전에 궁중에서 먹던 떡볶이는 간장 양념에 재워둔 쇠고기를 떡과 같이 볶아서 만들었다고 한다. 현대 한국에서 즐겨 먹는 고추장 떡볶이는 한국 전쟁 직후에 개발된 음식이다.
출처 : 위키백과

 

  떡볶이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즐겨 먹는 음식이다. 그래서 어디를 가도 흔히 접할 수 있다. 특히 대부분의 여성들이 가장 좋아하는 음식은 떡볶이가 단연코 필수다.

 떡볶이를 언제 처음 맛보았나 생각해 보면 딱히 생각나지는 않지만, 초등학교 때(그때는 국민학교 시절) 엄마께서 종종 프라이팬에 떡볶이를 해주셨던 게 생각난다. 기다란 떡과 어묵 그리고 삶은 계란까지. 고추장이 듬뿍 들어가서 매콤하면서도 쫄깃한 쌀 떡의 맛은 단연 일품이다. 무엇보다도 프라이팬 가득한 떡볶이 국물에 삶은 계란을 숟가락으로 잘게 부수어서 적셔 먹는 것은. 생각만 해도 입안에 침이 고인다. 제주에서만 계란을 그렇게 먹는다고 알고 있는데. 여하튼 계란까지 야무지게 국물에 비벼 먹으면 배가 금세 빵빵하다. 매우 흡족하다.

 물론 학교 앞 문구점에서 컵떡볶이라고 그 당시 300원에 팔았지만 돈이 없던 시절이라 그저 친구들이 먹는 모습을 물끄러미 보기만 했다. 또한 그때는 엄마께서 길거리 음식 먹는 건 거지뿐이라며 군것질을 강력히 반대하셨기도 했다.


 특이하게도 초등학교 점심시간만 되면(급식실이 생기기 전, 도시락을 싸와서 교실에서 먹었다.) 항상 떡볶이를 한 그릇 가져오는 친구가 있었다. 남학생이었는데 그는 매일 스티로폼으로 된 둥그런 볼에다가 비닐 채 묶여있는 떡볶이를 점심 도시락으로 싸왔다. 그래서 항상 여자학생들한테 인기가 많았다, 그 떡볶이가. 왜 매일 떡볶이를 싸 오냐고 물으면 그 친구는, 엄마가 학교 앞 코끼리 분식집에서 일을 하셔서 떡볶이를 점심으로 싸 온 거야,라고 대답하고는 했다. 뜨끈하고 매콤 달콤한 떡볶이가 지겨운 듯 그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떡볶이가 담긴 비닐만 쫙 펼쳐놨지만, 그 속을 모르는 우리들은 눈치 없이 떡을 하나씩 집어서 맛있게 먹었다. 정말 맛있다 그러면서. 마치 밥과 김, 계란말이, 멸치볶음만 있던 도시락의 일탈이랄까. 

 그 학교 앞 코끼리 분식집을 지나칠 때마다 산더미 같이 쌓인 각종 튀김들과 국자로 휘젓고 있는 빨간 떡볶이를 볼 때면 군침이 도는 건 당연지사. 특히 제일 좋아하는 저 김말이는. 볼 때마다 저거 하나 먹고 싶다, 하나 먹고 싶다. 그 안에서 교복 입고서 돈을 내고 편하게 먹는 고등학생 언니들이 그저 부러울 따름이었다. 그래도 뭐, 학교에서(친구 덕에) 떡볶이는 공짜로 먹고 있다면서.


▲ 사랑분식의 사랑식


 본격적으로 떡볶이를 사 먹게 된 건 그토록 부러워했던 고등학생 언니가 되어서부터였다. 토요일 동아리시간에 선배들과 학교 밖 체험을 하게 되면서 엄마께서 용돈을 주시기 시작한 것이다. 그때 처음 먹은 떡볶이는 동문시장 사랑분식 떡볶이. 제주 사람이라면 다 아는 사랑분식. 물론 동문시장이 이효리 덕분에 더욱 유명해져서 많은 관광객들이 찾는 곳이기도 하다. 그곳에 아주 오래된 분식집이 있는데 바로 그곳 중 한 곳이다. 사랑분식의 특이한 특징은 '사랑식'이 있다는 것이다. 사랑식이 무엇이냐, 김밥 1줄에 떡볶이를 함께 주는 메뉴를 말한다. 그 당시에 3천 원 정도 했던 것 같다. 비쌌지만 특별히 좋아하던 김밥까지 덤으로 준다는데. 친구와 함께 가서 사랑식 하나면 김밥도 먹고 떡볶이도 배불리 먹을 수 있는 메뉴다. 

 가게도 좁고 시장이라 복잡 복잡하지만. 토요일마다 친구들과 함께 먹는 떡볶이는 그저 첫사랑처럼 두근두근거리기만 했다. 떡볶이여, 어서 오시게나, 내 입속으로.


 그렇게 첫사랑처럼 두근거리는 떡볶이의 맛은 어떠하냐고 묻는다면, 사실 잘 모르겠다,라는 게 흠이다. 사실 미각이 둔한 편이다. 맛을 잘 모르겠다. 무슨 일이 있어도 매일 마시는 라테조차도 맛보다는 그냥 마시는 것에 의의를 둔다. 떡볶이도 그러하다. 그저 매콤함이 당기고 있달까. 

 매력적으로 보는 사람이 내 마음을 당기는 거 마냥 매콤하고 쫄깃한 떡볶이가 내 입맛을 당긴다. 뭔가 스트레스를 받거나 뭔가 맛있는 게 먹고 싶거나 할 때 주저 없이 고르는 메뉴는 떡볶이다. 특히 고추, 치즈가 잔뜩 들어가면 좋겠다. 김밥이 들어간 사랑식이라던가, 전이 들어간 모닥치기라던가. 

 대구에서 몇 번 먹었던 납작 만두에 떡볶이도 좋겠다. 매운 쫄면이면 더 좋고. 부산에서 먹던 국물 없는 떡볶이도 좋다. 양념이 끈적끈적하니. 쌀이 쫄깃쫄깃하게 씹히기만 하면 국물은 없어도. 무엇보다도 부산 어묵의 맛이 제대로이지 않은가. 매운 게 좋은 건가. 그저 빨갛고 강렬한 매운 기운이 가득하다면 마냥 좋은 건지. 색깔이 나를 부르는지 맛이 나를 부르는지 애매하지만. 이런 스페셜한 떡볶이들 앞에서. 서울에 오고 보니 서울의 화려한 조명처럼 떡볶이도 눈부시게 화려하다.




  마라떡볶이, 로제떡볶이, 차돌떡볶이 등 다양한 맛이 있는 것뿐만 아니라 떡볶이 가게 종류도 많다. 배달 어플만 열어봐도 어느 가게에서 어떤 떡볶이를 먹어야 할지 고심 끝에 결정해야 한다. 사실 서울에서 각 가게의 맛을 느껴보고 싶어서 한 번씩 다 주문해 봤다. 결국 매운 함이 혀를 얼얼하게 만들다 못해 위를 푹푹 찌르는 듯한 엽기떡볶이가 간택되었다. 비싸다고 여길 만큼 무슨 떡볶이를 돈 내고 사 먹냐 싶지만. 양도 많을뿐더러 다양한 메뉴를 추가하면 값은 더 올라갈지언정 양도 더욱더 풍성해진다.

 저번에 한 연예인이 엽기 떡볶이에 삶은 양배추를 뿌려 먹는 모습에 군침이 돌았다. 그리하여 그리 먹어보겠다고 생각한다. 


 떡볶이를 주문한다. 소시지를 추가한다. 딱 7개. 집에 썰어놓은 양배추를 삶는다. 사실 전자레인지 그릇에 물을 조금 넣고 생양배추를 넣어 전자레인지에 2분만 돌리면 된다. 냉동실에 있는 치즈도 미리 꺼내둔다. 떡볶이가 도착했다. 떡볶이 위에다가 삶은 양배추를 가득 깔아준다. 그 위에 치즈도 뿌려둔다. 뚜껑을 덮고 1분만 기다리면. 짜잔. 그저 매콤하고 쫄깃한 떡볶이에 양배추와 치즈가 더해지니 달콤하고도 달콤하다. 이렇게 부드럽고 아삭아삭할 수가. 따라먹어 보길 잘했다, 생각한다. 

 날씨도 흐리고. 춥고. 더욱이 눈도 컴컴해지는 듯한데. 떡볶이를 먹으니 없던 힘도 솟아나는 듯하다. 지친 몸을 달래고자 쓰러져서 눕고자 하였는데, 금세 뭐라도 해치울 것 같은 에너지가 생긴다. 마치 원더우먼처럼 힘이 불끈불끈 솟아난다. 일상이 지치고 무료하고 힘이 들 때 매콤하고 쫄깃한 떡볶이 한입이면


 몸이 힘드신가요, 그럼 떡볶이 한입 하세요. 마음에 어려움이 있으신가요, 그럼 떡볶이 드세요. 약간의 속의 쓰림과 약간의 눈물고임을 경험하신다면 한결 나아지실 거예요. 뭐 별거 있나요. 지나가면 아무것도 아니에요. 그저 맛있는 거 먹고 배부르면. 만사 옹졸하고 거친 것들이 한없이 너그럽고 느긋해집니다. 그렇게 한 번씩은 먹어줘야 하는 필수템, 떡볶이.


 엄마가 떡볶이를 좋아하지만 아이들에게는 그다지 매력적인 음식이 아니었다. 매워서 그랬으리라. 그래도 올해 들어 라면을 조금씩 접하다 보니 엄마 혼자 먹는 떡볶이에 눈독을 들이는 아이들이다. 강렬한 빨간색이 아이들을 불러 모은다. 떡을 한입 물어주니 매워하면서도 곧잘 먹는다. 한두 번 그러다 보니 이젠 떡볶이 1인분 쯤이야 거뜬하다. 내가 먹을 양은 줄어들지만, 아이들이 먹을 수 있는 메뉴가 하나 더 늘어서 기쁘다. 음식 선택의 폭이 넓어진 게.

 이제 우리 함께 떡볶이 투어를 할 수 있겠다. 서울은 유명한 떡볶이 가게가 많대. 즉석떡볶이도 있고. 아직 신당동 떡볶이 타운을 가보지 못한 나는 거기 한번 가서 떡볶이를 먹어봐야 하지 않겠냐며 벼르고 있다. 떡볶이를 금지시켜야 하는 아들의 이마에 난 여드름은 애써 무시해 보며.


 직접 집에서 떡볶이를 해 먹어볼까. 아니야, 내 손을 못 믿어. 그냥 사 먹자.






▲ 신당동 떡볶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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