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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윤 Nov 20. 2024

네모네모로직-목디스크를 부르는 즐거움

목디스크 유발 1

 처음 네모네모로직을 접한 건 고등학생 때였다. 왜 시작했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친구와 경쟁하듯 퍼즐을 풀던 그 열정은 생생하다. 그땐 참 뭐든 재미있었다. 공부만 빼고.


 대학에 가서는 취향이 비슷한 자취방 친구와 또 네모네모로직에 푹 빠졌다. 10×10 크기의 쉬운 퍼즐로 시작했지만, 금세 25×25, 30×30으로 확장되며 판은 커지고 난이도는 가파르게 상승했다. 그럴수록 마지막 칸을 채우는 쾌감은 강렬해졌다. ‘하나만 더’를 외치다 보면 어느새 새벽이었다.


 그런데 말이다. 문제를 풀고 고개를 들 때마다 내 뒷목과 어깨는 생을 포기한 듯 아팠다. 평소 거북목인 내가 퍼즐을 푼다고 책상에 코 박고 앉아 있으니 목과 허리가 점점 더 비명을 질렀다. 특히 판이 커질수록 네모칸은 작아지고, 힌트 숫자도 작아지고, 나와 책상 간의 거리는 점점 줄어든다. 이쯤 되면 이건 두뇌 운동이 아니라 목디스크 종합세트 아닌가 싶다.


 숫자에 동그라미를 치고 칸을 채우며 열중하던 중, “어? 뭔가 이상한데?” 싶은 순간이 찾아온다.

 칸이 맞지 않으면 그 절망감이란 이루 말할 수 없다. 어디서부터 틀렸는지 복기하려 해도 쉽지 않다. 결국 선택지는 둘 중 하나다. 모든 걸 지우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기 또는 미련 없이 다음 퍼즐로 넘어가기. 나는 보통 후자를 택한다.

 그런데 이 선택이 꼭 옳은 건 아니다. 다음 퍼즐은 대개 방금 실패한 것보다 더 어렵기 마련이니까. 그리고 내 머리는 다시 책상과 뜨겁게 재회한다.




 다행히 이 매력적인 고통(?)의 마니아층은 존재한다. 덕분에 앱으로도 즐길 수 있는데, 종이에 샤프로 칠하며 느끼는 손맛이 없어서인지 오래가지 못했다. 힌트를 잔뜩 주니 완성은 쉬운데, 뭔가 그 과정이 허전하다. 아날로그 감성에 못 벗어나는 내가 문제일까? (인정합니다.)




 많은 사람이 네모네모로직의 매력을 이해하지 못한다. 하지만 내겐 제한된 힌트를 기반으로 칸을 하나씩 맞춰 그림을 완성해 가는 그 과정이 가장 큰 재미다. 모든 문제를 다 풀고 그림이 완성되었을 때 느끼는 뿌듯함과 성취감은 대체불가다.


오, 이렇게 어려운 문제를 내가 풀어냈어!

 육아를 하다 보면 힌트는 있는데 정답은 없는 문제만 가득하다. 그럴 때면 나는 네모네모로직 책을 펼친다. 가장 쉬운 페이지를 골라 색칠을 시작하면, 정답이 정해져 있다는 사실이 얼마나 위안이 되는지 모른다. 내가 채운 칸들 속에 정답이 존재한다는 그 확실함은 묘한 안도감을 준다.




 집에 퍼즐 책이 생기면 며칠 동안 푹 빠져 지내곤 한다. 그러면 옆에서 남편이 슬그머니 관심을 보인다. 풀지 않은 페이지를 인심 좋게 슥- 칼로 잘라 넘겨준다. 그렇게 우리는 달콤한 육퇴의 밤, 각자의 책상에 앉아 작은 네모칸에 색을 채운다. 슥슥슥 연필심이 칸을 채워가는 소리가 가득하다.


 이제 초등학생이 된 첫째 아이도 퍼즐에 흥미를 보인다. 쿠팡에 검색해 보니 초등학생용 네모네모로직 책도 있었다. 책을 사서 방법을 알려주었더니, 아직은 규칙을 모두 이해는 하지 못하고 감으로 칸을 채우지만 꽤 즐거워한다. 언젠가 아이와 함께 더 어려운 퍼즐에 도전할 날이 올지도 모른다. 같은 취미를 공유할 수 있다는 기대에 살짝 설렌다.



 지난번 실패했던 퍼즐은 과감히 넘기고, 깨끗한 백지의 새 퍼즐을 펼친다. 손날이 새까매지고 목이 아파도 스트레칭 한 번 하며 다시 도전한다. 내 인생의 정답은 여전히 모르겠지만, 이 45×45 칸의 정답만큼은 반드시 찾아낼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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