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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벽하늘 Oct 25. 2024

경단녀의 재취업 성공기

좌충우돌 사회생활 도전기

#1 경단녀의 뜨거운 결심


“자기야! 다음 달부터 매주토요일에 서울 갔다 올게. 애들 좀 봐줘!”

응? 무슨 일인데 서울까지 가고 그래?


남편에게 무심하게 툭 말을 던졌다. 아이를 키우는 게 고된 일이긴 했지만 성장하는 과정을 지켜보는 것이 그리 나쁘진 않았다. 그렇지만 아이를 키운다고 나 스스로를 돌보는 것은 차일피일 미뤄왔다. 그저 잃어버렸던 나 자신을 찾고 싶었다. 내가 그동안 무엇을 성취하고 무엇을 할 수 있을지를 메모지에 쭉 적어 보았다.


1. 중어중문학을 전공&교직이수

2. 국제통상학 복수전공

3. 중국어와 영어를 할 수 있다.

4. 한자급수자격증이 있다.

5. 짧은 회사경력(1년 6개월)


일단 여기는 대도시가 아니라서 중국어를 사용할 수 있는 직종은 거의 없다. 경력단절이 거의 8년인데 회사에서 뽑아 줄 것 같지는 않았다, 만약에 무역 관련 회사에 들어간다고 치더라도 최소 8시간 플러스알파 2시간은 회사에 있어야 하는데 그동안 우리 아이들은 어린이집에 저녁까지 맡긴다? 이건 말이 안 되는 상황이었다. 게다가 우리 아이들은 어려서부터 특별한 아이들이었다. 큰아이가 5세가 되었을 때 센터와 병원을 전전하다 ADHD가 있음을 알게 되었고, 둘째도 발달이 느린 편이었다. 그러니까 보통 아이들의 2배 이상의 손길이 필요한 아이들인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직장에 가는 것은 어불성설이었다.


그나마 가능한 것은 장롱 속에 꽁꽁 숨겨두었던 교직자격증을 이용하는 것인데...


사실, 대학에서 굳이 교원자격증을 취득해 두었던 건, 교사라는 꿈 때문은 아니었다. 그냥 땄다. 막연함뿐이었다. 그걸 들고 뭘 해봐야겠다는 청사진 따위는 없었으면서 참 악착같이 땄다. 성적이 우수한 학생에게만 주어지는 기회라는 게 내 승부욕을 자극했고, 그래서 학점을 위해 노력한 거였다. 당시의 그런 내게 교생실습이란 놀이동산의 귀신의 집처럼 언젠가 한 번쯤 해보면 재미있을 것도 같은 흥미로운 체험 같은 것이었다.
교원자격증은 갖고 싶었으면서도 교사가 될 맘은 없었던 속내는 따로 있었다. 내가 정말 교사가 될 수는 없을 것 같다는 마음이 그것이었다. 안될 것 같았다. 바늘구멍이라는 임용고사를 통과할 자신도, 몇 년이고 합격 때까지 고시원에 갇혀 공부할 마음도 없었다. 임용이라는 버거운 도전을 위한 자격이라기보다는 최선을 다한 대학생활의 증거 정도로 이미 충분했다.

교육 쪽으로 경력이 전무한 나를 뽑아 줄 일은 절대 없을 것이고 이런 이유로 가르치는 일을 밥벌이로 삼기에는 아주 어려울 것 같았다. 일단 단기목표로는 중국어 방과후 교사에 도전하기로 했다. 그리하여 어린이 중국어 지도사 자격증 공부를 통해서 티칭 스킬을 익힌다면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서울에 있는 교육원에 바로 등록을 했다.

지방에서 서울까지 4시간 반 이상 걸리는 거리를 매주 토요일마다 왔다 갔다 하는 게 힘든 일이긴 하겠지만 나 자신을 위해 노력해서 배우고 진일보하는 성취감을 느껴보고 싶었다. 그리고 어제보다 더 나은 오늘을 만들 수 있다면 한없이 좋을 거라고 생각했다.


한여름동안 즐거운 마음으로 서울을 오고 갔다. 오랜만에 같은 뜻을 가진 사람들도 만나고 이야기도 나누고 지도교수법을 익히면서 준서 엄마가 아닌 정은영이라는 사람으로 다시 태어난 느낌이 들었다. 피곤하긴 하지만 오랜만에 찾은 즐거움이 정말 반가웠다. 종이시험과 수업실연까지 통과하여 결국에는 어린이지도사자격증을 취득하였다. 자격증까지 따고 나니 뭔가 시작해 볼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연이어서 우리 지역 여성능력개발센터에서 진행하는 어린이 한자 지도사라는 강의를 신청하여 일주일에 세 번 센터에 다니면서 시험전날 벼락치기(?) 덕보고 천신만고의 노력 끝에 시험에 통과할 수 있었다.

벌써 1년 안에 자격증을 두 개나 땄다!!! 어찌나 뿌듯하던지 그 당시를 떠올리면 미소가 지어진다.

아이를 키우면서 피곤한데, 공부해서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을까 의문이었지만 시작이 반이라고 역시 사람은 마음먹기 나름이구나! 를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다.


그래서 방과후 교사에 도전하게 되었나요?라고 많이들 여쭤보실 것이다.

내 대답은 NO! 다. 자격증까지 취득해서 자신감이 어느 정도 올라왔건만 학교의 벽을 뚫기에는 아직도 역부족이었다. 그리고 초등교사인 친구의 말을 들으니 도전하기가 힘들었다. 학교의 일자리는 암암리에 정해져 있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계속하시는 분들도 항상 최선을 다하시고 학교의 윗사람들도 굳이 문제가 없다면 바꾸는 것을 좋아하시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그래서 도전할 용기가 나지 않았다. 이렇게 학교와의 연은 점점 멀어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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