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글을 쓰게 된 이유
글을 쓰게 된 이유
변명이 아니고요.
아뇨 변명이세요.
저는요. 취업준비생이라고 말하기도 그런 사람, 남들은 취업준비라 하면 아침부터 저녁까지 꽉 채운 일정에 자격증 학원, 이력서 첨삭하느라 하루를 살기 빠듯한데 여유롭게 글 쓰고 있는 사람입니다.
사실 브런치 작가는 한 번에 붙었어요. 그것도 이 첫 글이 발행되는 4개월 전에 말이죠. 이제야 쓰는 이유는 써야지... 써야지 하다가... 무슨 주제로 쓰지 하다가... '제대로'해야 한다는 생각에 미루게 됐다는 제1의 변명을 해볼게요. 그 당시에는 브런치 작가에 붙었다는 사실 하나가 어찌나 성취감을 주던지 나 역시 작가의 피가 흐르는 걸까 싶었네요.
제가 글을 써야겠다는 생각을 한 것도 웃겨요. 들어보실래요?
퇴사하고 4개월이 지난 시점에 스레드에 가입했어요. 그 당시 스레드에는 무료사주, 무료타로 이런 태그로 글들이 많이 올라왔어요. 그거 아시죠. 힘들 땐 이성적인 판단이 흐려지고 영적인 것에 의존하게 되는 거 아무래도 전 이력서에 뭐가 문제인지 들여다볼 시간에 언제쯤 취업하는지가 더 궁금했나 봐요. '왜 자꾸 떨어지지 뭔가 다른 이유가 있는 거 아니야?'라는 생각으로 제 만세력을 캡처해서 사주를 봐달라고 글을 올려봤어요. 저는 는 공무원 할 팔자라는데 그 길로 안 가서 이렇게 방황하는 건가요 라는 어디서 주워들은 코멘트와 함께요.
댓글은 두 개 정도 달렸어요. 전문가가 등판할 줄 알았는데 나이가 꽤 있어 보이는 프사를 달고 있는 어떤 분이 댓글을 남기셨어요.
공무원?
가만히 앉아 있는 거 잘못할 텐데? 알고 있지 않아요?
차라리 동화작가나 글 쓰는 일은 어때요?
더 궁금하면 인스타 DM 줘요.
저를 표현한다면 창의적인, 독립적인, 실행력 이런 키워드들이 어울리거든요. 사실 공무원 이미지랑은 맞지 않죠. 근데 갑자기 동화 작가라니 글 쓰는 작가라니 이런 건 생각지도 못한 직업이었어요. 문예 창작과를 나오고 책도 많이 읽고 자기 생각이 올곧아서 이걸 표현하는 것에 거리낌이 없는 사람들이 작가를 한다고 생각했었거든요.
글쓰기가 직업이 될 수 있을지 나에게 글 쓰는 재능이 있는 건지가 궁금했어요. 일종의 테스트죠. 그래서 브런치 작가를 신청하게 됐어요. 생각하고 신청까지 30분 걸렸을 거예요. 준비라고 할 게 없었죠. 다행히 한 번에 붙었어요. 운이었을까요? 아님 스레드의 '그분'말처럼 재능이 있었던 걸까요?
전 솔직히 그냥 평범한 사람이에요. 두루두루 다 잘한다고 생각했는데 특출 나게 잘하는 건 없던거죠. 1~10으로 단계로 사람을 나누면 늘 5에 머물러 있는 인간. 10점 짜리 성공한 사람들의 이야기, 1점짜리 불행 극복이야기는 많지만 5점짜리 사람의 이야기는 없길래 제가 써보려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