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는 처음이라

준비 안된 취준생에게 코로나는 재앙이었다.

by 나라는 사람

나의 첫 글을 보면 알겠지만 난 늘 5인 사람이었다. 애매한 사람.

공부를 잘한 것도 아니고 못한 것도 아닌 중간, 잘 노는 사람도 아니고 못 노는 사람도 아닌 딱 5인 사람.


나의 학창 시절

난 사실 공부에 재능이 없었다. 중학교 때 안 사실이었지만 오기로 인문계 고등학교에 진학했다. 3년 내내 적성에도 안 맞는 공부를 억지로 하느라 고생 좀 했다. 당연 성적도 좋지 않았다. 차라리 연애도 좀 해보고 아르바이트라도 해봤으면 학창 시절기억들이 더 다양했을까? 내 기억으로는 아침 7시에 가장 먼저 등교하고 야간자율학습이 끝나도 12시까지 남아서 공부하는 아이였다. 그 시간을 온전히 공부에만 집중했냐고 하면 아니었다. 머릿속은 잡생각으로 가득했는데 순공시간을 채워야 한다는 생각으로 겉보기식 공부를 하고 있던 것이다. 노는 것도 아니고 공부하는 것도 아닌 나의 학창 시절은 그렇게 지나갔다.


고등학교 내내 꿈이었던 유치원선생님이라는 꿈을 갑자기 포기했다. 난 주변에서 늘 아기를 잘 돌본다면서 칭찬받았다. 유치원 선생님이 되어보라는 이야기도 들었다. 그래서 그런 말들이 내 직업 선택의 이유가 되었다. 아기들을 좋아하는 게 맞냐 하면 사실 그건 아니었다. 그래서 내가 하고 싶은 게 뭔지를 생각했다. '해외를 오가며 일하는 것' 하늘의 계시를 받은 거 마냥 하루아침에 무역학과에 진학하자고 진로를 변경했다.


"선생님 저 무역학과에 가고 싶습니다." 1년 내내 진로를 상담해 주었던 담임 선생님은 나의 선택에 놀란 모습을 보이며 2가지 선택지를 주었다. 집이 가까운 곳의 무역학과로 갈 것인지 아님 수능 성적으로 갈 수 있는 부산의 무역학과를 갈 것인지 말이다. 타 지역으로 대학을 가고 싶었던 마음은 없었는데 무역=바다=부산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결정적으로 이왕이면 큰 곳에서 대학교를 다녀보라는 담임선생님의 조언에 부산으로 대학생활을 시작하였다.


지금 유튜브로 보는 대학생들은 어찌나 대견한지 자격증도 착착 준비하고, 각종 공모전에 수상하고 미래를 위해 현재들을 얼마나 알차게들 사는지 놀라울 따름이다.

내 대학시절을 생각해 보면 분명 열심히 한 거 같은데 남은 게 없었다.

학기말에는 여러 회사에 지원하고, 어학 학원도 다녔고, 자격증 시험에도 도전했으나 번번이 결과가 좋지 않았다. 대학교 졸업 후 나를 지켜주던 학생이라는 신분조차 사라진 나에게는 자격증 2개와 대외활동 1개라는 스펙, 취업준비생이라는 타이틀만 남았다.


좋은 변명거리가 된 코로나

부산에 남아서 더 취준생활을 하는 건 의미가 없었다. 당장 기숙사 방을 빼야 했고 회사들을 지원해도 합격연락조차 없으니 더 남아서 취업생활을 한다 해도 유의미한 결과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커졌다.

부산 생활 4년을 접는 날, 힘들 때나 기쁠 때나 항상 가던 광안리를 갔다. 사진도 남기고, 카페에 앉아 광안리를 보며 앞으로 어떻게 살 것인지 생각했다.


본가로 돌아와 가장 먼저 한 일은 아르바이트를 구하는 일이었다. 주변에서 아르바이트를 병행하면 취업준비에 소홀할 수 있으니 자격증공부를 우선으로 해야 한다는 조언을 들었다. 하지만 대학시절 내내 했던 아르바이트를 안 하려니 몸이 찌뿌둥했다. 결과는 그 조언이 맞았다. 하루종일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자격증 공부에 집중하는 건 나의 성격 상 쉽지 않았다. 하지만 공부를 안 했냐고 하면 그건 아니다. 이 시기에 무역 관련 자격증 공부를 병행했다. 물론 능력치에 비해 이상이 높았던 나는 그 시기에 딴 자격증 개수가 0에 수렴했다.


그렇게 본가에 올라온 지 4개월 만에 코로나가 터졌다. 그때의 나는 계속되는 취업실패에 캐나다 워홀을 신청했었는데 코로나를 이유로 인비테이션을 받지 못했다. 워홀을 가려는 선택조차도 꽤 오래 고민했었는데 코로나로 인해 해외로 나갈 수 있는 판로조차 막혀버리니 다시 원점이었다. 아르바이트를 다시 구했고, 떨어진 자격증을 다시 공부했다. 그리고 결과는 같았다. 이유를 나한테서 찾고 싶지 않았다. 이유가 진짜로 나에게 있을까 봐 애써 부정했다. 머릿속에는 변명뿐이었다. 코로나라 그래. 코로나라.

월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