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나의 호주, 그 1년의 기록
안녕하세요. 히니입니다. 현재 한국으로 귀국하고도 한 달 반이 넘는 시간이 지났네요.
저는 제 인생에서 가장 잊을 수 없는 1년이 있다면,
현재로서는 제가 호주에 있었던 23년 9월~ 24년 8월이 될 것 같습니다.
처음으로 부모님과 독립해 보냈던 기간이자, 새로운 곳에서 적응하기 위해서 고군분투했던 기간이자,
정말 짧은 기간 동안 많은 일들과 감정들을 겪은 기간이기도 합니다.
20살, 성인이 되고 인생 처음 혼자 고속버스를 타고 할아버지 집에 가는 것 마저 뿌듯했던 저에게
호주는 새로운 곳에서 저만의 선택으로 삶을 꾸릴 수 있는 도화지를 가져다주었습니다.
한평생 부모님 밑에서 자랐던 저는 이제 가족들과 떨어져야 했습니다.
아침마다 잔소리하는 엄마의 목소리도.
늦으면 매일같이 학교를 데려다주던 아빠도.
가장 사랑하는 친구이자 하나밖에 없는 동생도 없는 곳에서.
모두의 처음이 그렇듯. 저의 처음도 혼란스러웠고 외로웠습니다.
친구가 없었던 저는 혼자 산책을 하고 미술관에 가고 페리를 타고 바다를 보러 가기도 했습니다.
물가가 비싼 나라에서 당연히 돈 걱정도 해야 했고, 친구도 없었습니다.
지역이동을 결심하고는 0으로 돌아가 새로운 지역의 지리를 파악하는 것부터
집, 일자리, 친구 구하는 것까지 이 모든 걸 다시 해야 했습니다.
길 걷다가 인종차별도 당해보고, 지갑도 도둑맞을 뻔하고.
게으르게 살 수 없는 호주에서 1년간 평균 약 15000보를 걸으며,
저는 항상 그렇듯 pressure makes diamonds라는 문구를
가슴에 품고 그 시간들을 묵묵히 걸었습니다.
힘든 시간도 있었지만 호주는 저에게 밥부터 빨래를 포함한 모든 살림을 마스터할 수 있게 해 주고,
다양한 국적의 멋있는 친구들을 많이 만나게 해 주었습니다.
일주일에 55시간도 일해보고 테일러 스위프트 콘서트에서 일도 했습니다.
시드니에서 일을 그만두는 마지막날에 단골손님께서 주신 40불 팁과 같이 일했던 친구들과 마지막 파티,
좋은 사람들과의 잊을 수 없는 추억이 정말 많이 남았지만
1년 동안의 생활에서 가장 중요하게 남은 건 희망과 저 자신에 대한 확신이었습니다.
한국에서 한평생 컸던 저는 공부를 잘하는 것 만이 성공으로 향하는 길이라 여겼고,
항상 엇나가는데 없이 엄마가 하라는 데로 고분고분 컸지만
결론적으로 저는 인서울을 하지 못했고 사회에 경쟁력이 없는 학생이었습니다.
관심 있는 분야는 있었지만 타인의 시선과 사회의 현실 속에서 격하게 하고 싶었던 건 없었습니다.
이과도 아닌 제가 취업을 한다고 해도 월 200을 겨우 벌 것 같았고
그런 삶 속에서 저 혼자 사는 것도 버거울 것 같았습니다.
그러던 저에게 호주는 삶의 다양한 형태가 있다는 것을 알려주었습니다.
무슨 직업이든 직업의 우위를 평하는 사람도 없었고, 자유롭게 원하는 옷을 입는 사람들과
바다에 가면 여유롭게 선텐을 하고 있는 사람들. 다른 세상이었습니다.
아 이런 세상도 있구나, 아직 꿈을 꿀 수 있구나
저는 호주에서 새로운 세상이 있겠다는 희망을 보았습니다.
또한, 제 자신이 생각보다 혼자 있는 걸 좋아한다는 것도,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서 운동을 해야 한다는 것도,
나의 기분을 즉시 행복하게 만들어주는건 일기를 쓰는 것이라는걸요
부모님의 영향없이 저의 의지로 구성되는 하루에서 자신에 대한 인지와
타지에서의 외로움, 불안과 스트레스는 제 자신을 다루는 방법을 알게 되었고,
다양한 일들을 겪으며, 뭐든 혼자 할 수 있겠다는 확신을 얻었습니다.
이제 호주에서 얻은 가장 가치 있는 재산입니다.
또한 한국의 삶이 행복한 것도 압니다.
숨만 쉬어도 돈이 나갔던 호주와 다르게 가만히 있어도 굶을 걱정 없고
사랑하는 가족이 있고 편히 누워 잘 곳도 있는
한국 생활에 감사해야 하는 것도요.
그동안 썼던 글들과 사진을 바탕으로 추억을 남기고 싶어
저에게 잊을 수 없는 호주에서의 1년 생활을 쓰고자 합니다.
알에서 갓 나와 모든 게 신기한 병아리의 성장과정이라고 생각해 주세요><
다음편은 호주로 가게된 여정을 보여드리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