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는 결코 해프닝으로 끝나지 않는다
뉴스에서 대왕고래 가스전이 발견됐다며 떠들썩하던 시기였다. 그 무렵, 가스전 탐사로 인해 조업에 피해를 입고 있다는 홍게 어민 이야기를 듣고 포항으로 내려갔다. 가스전 개발이 가져올 이익보다 위험과 피해가 훨씬 크다는 점은 이미 명확해 보였고, 무엇보다 실제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는 사실이 마음에 걸렸다.
연락드린 분은 홍게 선주협회장이자 선장님이었다. 갑작스러운 연락이었지만, 내가 하고 있는 일과 방문 목적을 설명하자 잠시 침묵이 흐른 뒤 짧게 답이 왔다.
“오이소.”
KTX를 타고 포항역에 도착한 뒤 다시 택시를 갈아타고 마을로 들어갔다. 내려서 처음 마주한 선장님은 바다에서 보낸 시간이 얼굴과 몸에 그대로 남아 있는 분이었다. 말수는 많지 않았지만, 첫인상만으로도 그 삶의 밀도를 짐작할 수 있었다.
“앉으소.”
컨테이너 박스로 만든 사무실에 들어가 자리에 앉았다. 잠시 뒤 한 여성분이 들어왔다. 직원분인가 싶었는데, 보온통을 꺼내더니 커피를 따라주기 시작했다. 다방 커피 배달이었다. 당시 함께 출장 온 여자 동료와 나는 동시에 눈을 마주쳤다. 당황스러웠다...
커피를 마시며 이야기를 들었다. 가스전 탐사 과정에서 조업이 어떻게 방해받았는지, 바다 밑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어민들이 어떻게 체감하고 있는지, 그리고 국가 주도의 사업 앞에서 개인이 얼마나 무력해지는지. 말투는 거칠었지만, 그 안에는 분명한 두려움과 분노가 섞여 있었다.
우리는 다가오는 국제해양컨퍼런스를 계기로 이 문제를 함께 이야기해 보기로 했다. 한 달쯤 뒤 부산에서 행사가 열렸고, 나는 국제 환경법 단체, 콜롬비아 어민, 필리핀 환경단체, 그리고 포항 홍게 선주협회장을 한자리에 모았다. 행사장 앞에서 가스전 개발 중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언어도 달랐고, 사는 곳도 달랐다. 하지만 바다를 삶의 터전으로 삼고 있다는 점만큼은 모두 같았다. 그날만큼은, 목소리의 출처보다 방향이 더 중요해 보였다.
이후 대왕고래 가스전은 결국 해프닝으로 끝났다. 하지만 가스전 개발과 그로 인한 피해는 지금도 전 세계 곳곳에서 진행 중이다. 그리고 그때의 경험은 내가 하고 있는 일이 전 세계 많은 사람들과 연결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느끼게 해 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