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를 만드는 힘

논리가 모든 걸 해결하진 않는다

by 정석환

기후환경단체에 입사한 뒤, 가장 먼저 부딪힌 어려움은 일하는 방식이었다.

기후위기를 늦추기 위해 가장 중요한 건 온실가스를 줄이는 일이다. 이 사실 자체는 분명하다. 문제는 그걸 어떻게 줄이느냐였다.


물건을 잘 만들어 파는 일도 아니고, 좋은 논문을 발표한다고 해결되는 문제도 아니었다. 혼자서 아무리 정교한 분석을 해도, 온실가스를 줄이는 것에 대해선 아무것도 해낼 수가 없었다.

온실가스를 줄이려면 사회시스템이 바뀌어야 했고, 시스템이 바뀌려면 정책이 바뀌는 게 가장 중요했다.


처음에는 정책을 만드는 사람들이나 공무원들에게 맞는 말을 하면 변화가 생길 거라고 여겼다. 숫자와 근거를 잘 정리하고, 논리적으로 설명하면 설득이 될 거라고 믿었다. 내가 이전까지 해왔던 일의 방식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나의 말들은 그저 '좋은 얘기' 중 하나에 그쳤고, 변화는 쉽게 일어나지 않았다.

정치인이나 공무원은 하루에도 수십 개의 이슈를 동시에 다룬다. 그들 앞에는 언제나 더 급해 보이는 일들과 더 큰 소음이 먼저 놓여 있다. 그런 공간에서 기후위기라는 이야기는, 아무리 맞는 말이라도 쉽게 뒤로 밀렸다.

그제야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다. 기후위기에 대응하려면 의사결정자들의 행동이 바뀌어야 하고, 그러려면 그들에게 강한 동기가 있어야 한다는 것을.

내가 현장에서 본 변화들은 대부분 조직화된 사람들이 같은 방향의 목소리를 낼 때 만들어졌다. 사람들이 흔히 사회운동이라고 부르는 것들은, 그런 힘과 방향이 만나는 방식에 가까웠다.

정책은 시스템을 바꾸는 가장 강력한 도구지만, 동시에 가장 움직이기 어려운 영역이기도 하다. 이해관계가 얽혀 있고, 책임은 분산되어 있으며, 바꾸지 않아도 당장 큰 문제가 생기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정책은 ‘옳다’는 이유만으로는 거의 움직이지 않는다.


아파트 단지에서 담배냄새가 날 때, 한 명이 민원을 넣으면 잘 해결이 안 되지만 여럿이서 같은 민원을 자주 얘기하면 조치가 되는 경우가 비슷한 예다.


사실 이런 일들은 공대 출신인 내게는 너무도 익숙지 않은 일이었다.


그래서 멈출 수 없었다. 새로운 일이었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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