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에서 얻은 위로
강원도로 갈 때면 항상 긴 터널을 지난다.
짧은 터널을 지날 때면
호기심에 신이 났던 아이였는데
그날은 물었다.
"엄마, 언제 끝나? 무서워... 왜 빛이 안 보여?"
괜찮다고 달랬지만,
터널을 지나고서야 아이 얼굴에 웃음이 돌아왔다.
주변을 둘러보면 힘들어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을 위로하고 싶지만,
어설픈 위로가 자칫 조언처럼 들릴까 두려워
말 한마디도 조심스럽다.
그래도 마음이 간다.
그나마 다행이다.
잠시나마 그들을 위해 기도할 수 있으니...
터널 안에 있으면 끝이 있다는 걸 알면서도
그 끝이 너무 멀게 느껴진다.
머리로는 터널을 지나야 만
목적지에 닿을 수 있음을 알지만,
마음은 자꾸 돌아가고 싶어 진다.
우리에게 필요한 건
끝이 없는 터널은 없다는 믿음이다.
그리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그 믿음을 함께 나누는 것.
터널 안에서는 모른다.
산을 넘어가는 것보다
터널을 지나는 것이
훨씬 빠르고 수월한 길이라는 걸.
터널을 빠져나왔을 때 빛은
어둠 속에서 기다렸기에
더 눈부신 것이다.
터널은 내가 산을 넘느라 지칠까 봐
산이 내게 내어준 고마운 길이다.
건반 밖 엄마, 서나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