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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나송 Dec 18. 2024

새해 계획이 무너지는 이유

마음으로 하고 싶은가



나는 그동안 실패가 두려워 장애를 핑계 삼아 하고 싶은 일들을 포기해 왔다. 잃어버린 것만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다르다. 다르게 살려 노력한다.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일로 만들기 위해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꾸기 위해 용기를 낸다.

조승리 <이 지랄맞음이 쌓여 축제가 되겠지> 중에서




연말, 나의 루틴이 되어버린 새해 계획 세우기.

하고 싶은 일들을 적어보지만,

결국에 해야 할 일로 가득 찬 리스트를 마주한다.

나로, 엄마로, 아내로, 자녀로, 크리스천으로 등등등, 수많은 목표가 의무감이 되어

리스트가 점점 길어진다.

하지만 정작 그 계획을 실행에 옮기기 전에

두려움이라는 그림자가 먼저 찾아온다.

"내가 과연 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압도되어

시작도 전에 버거움이 마음 한구석에 자리 잡았다.



삶에서 준비와 용기의 역할이 종종 혼동된다.

나의 목표를 구체화하고,

계획을 실행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 주기에

적절한 준비가 중요한 건 사실이다.

하지만 정작 마음은 없는

이유만 잔뜩 쌓은 준비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여행을 가고 싶은데 내가 좋아하는 여행지가 아닌

남들이 좋다고 하는 곳을 한번 가봐야 할 것 같아서 가는 느낌이랄까. 그 바운더리 안에는 존재해야 할 것 같아서 하려고 하는 느낌이다. 차라리 용기 있게 내가 가고 싶은 여행지를 선택한다면 좋았든 안 좋았든 후회는 없을 텐데 말이다. 해야 할 이유를 갖춘 준비는 나를 안전하게 느끼게 하지만, 그 준비만으로는 결코 앞을 향해 나아갈 수 없다는 걸 알았다.


결국 필요한 것은 '용기'.



시각장애인 작가 조승리의 에세이 한 구절이다.

탱고를 배우는 데 '눈'이 없어도 충분히 춤출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그녀. 하지만 이 깨달음은 단번에 찾아온 것이 아니었다. 수십 번의 실패와 두려움을 마음으로 받아들이며, 용기를 내어 탱고를 자신의 삶에 받아들였다. 필요했던 것은 '완벽한 준비'가 아니라,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일로 만드는 용기였다.



'해야 한다'는 머리에서 오지만,  

'하고 싶다'는 마음에서 오기 때문일까.  

'해야 한다'엔 조건과 자격에 주눅 들지만,

'하고 싶다'엔 마음만 있으면 되니까.

신기하다.  

왜 하고 싶은지 알게 되면,

해야 할 이유가 생기고,

할 수밖에 없는 순간들도 따라온다.



좋은 엄마가 되어야 한다는 다짐보다,

좋은 엄마가 되고 싶다는 마음,

그 마음을 갖는 순간 '왜', '어떻게'를 생각하게 된다.

글을 써야 한다는 다짐보다

글을 쓰고 싶다는 마음이 먼저일 때

글을 쓸 수밖에 없는 이유들,

써야만 하는 순간들이 따라옴을 느낀다.



두려움은 누구에게나 찾아올 거다.

처한 형편에 따라, 목표의 크기에 따라

두려움의 크기와 형태는 달라질 수 있지만,

용기는

두려움이 없는 상태에서 생겨나는 것이 아닌 것 같다.

오히려 두려움을 끌어안고

그 속에서도 한 발 내딛을 때

비로소 용기가 나를 이끌어줌을 경험한다.

그 용기는 결국,


두려움을 넘는 용기
지금을 받아들이는 용기
이미 받은 것을 감사하는 용기
그래서 다르게 살려는 용기
그리고 무엇보다

그렇게 살고 싶은 마음.




건반 밖 엄마, 서나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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