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06 매점MD라고 들어는 보셨나
군대 얘기 한 번만 할게요..
육군보다 공군이 편하다는 얘기를 듣고 단순하게 공군에 지원했다. 공군은 훈련소 기간이 끝날 즈음 보직이 먼저 정해지는데 나는 적성검사 후 레이더병 보직을 받았다. 근무 시간이 불규칙한 대신 비교적 훈련 강도가 약해 소위 말하는 "꿀보직" 중 하나였다. 문제라면 문제는 이 레이더병이 배치받을 수 있는 자대가 경기도 오산 아니면 대구 둘 뿐이라는 것이었다. 열댓 명 중 반은 대구에 가야 했는데 서울이 집이었던 나는 당연히 오산에 지원했으나 시험을 못 봐서 대구로 배치받았다. 공부 총량 진짜 있나 봐..
대구라이프는 생각보다 괜찮았다. 언제 또 대구에 살아보겠어~ 여름이 엄청 더운 도시였지만 나를 포함한 레이더병들은 기지 근무를 해서 더위를 크게 느낄 새가 없었다.
레이더병은 24시간 4 교대로 돌아가는 형태여서 매일매일 출근과 퇴근 시간이 달랐고, 주말도 딱히 없는 대신 휴가를 자주 나갔다. 휴가 복귀 하면서 동대구역 근처에서 먹는 돼지국밥이 나름 별미였다.
내가 하는 일은 레이더 상으로 허가되지 않은 항공기나 선박이 국내로 들어오지 않는지 계속 쳐다보고 있는 것이었다. 어찌어찌 1년은 했는데, 가만히 앉아서 레이더 모니터를 뚫어져라 보고 있는 것이 굉장히 적성에 맞지 않았다. 눈 건강도 많이 안 좋아졌다. 레이더를 그만 보고 싶었다.
보직 변경은 불가했으나, 내가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이 하나 있었는데 바로 매점병이었다. 4 교대로 24시간 돌아가는 벙커 형태의 기지에서 근무해서 PX(군대 슈퍼마켓)의 미니미 버전이라 할 수 있는 2평 남짓 규모의 매점이 있었고, 레이더병 중 한 명은 매점을 관리해야 했다. 매점 관리 이외에도 청소와 일명 짬처리까지 혼자 해야 해서 지원하는 사람이 딱히 없는 자리였다. 하지만 난 정말 레이더 보는 게 너무 지겨웠고, 선임 제대에 맞춰 내가 매점병을 하겠다고 지원했다.
나의 업무는 PX에 오더를 넣어서 일주일 동안 판매할 상품을 발주하고 납품받아 나의 교대 근무시간 동안 판매하는 것이었다. 규모가 작았기 때문에 잘 팔릴만한, 수요가 있는 상품을 파악하여 오더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간부와 병사들이 좋아하는 상품을 적재적소에 놓기 위해 자체 테이스팅도 많이 하고, 수시로 판매 추이와 재고를 파악했다. 고객 피드백도 귀 기울여 들었다. 내가 새롭게 발주해서 가져온 컵라면과 과자가 금방 품절이 되면 그게 그렇게 짜릿하고 재밌었다.
그때는 몰랐지 내가 추후에 10년 동안 MD를 하게 될 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