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여울LEE Oct 24. 2024

• 그 탯줄, 내가 자르겠소!

난 끝내 용감무쌍한 ‘가위’가 되고 말았다.



이 탯줄이 끊어지면,
그대들이 위태로워지는 것이오?

아니면. 덩그러니 남겨진 채 굳어갈
저 탯줄이 불쌍해지는 것이오?
/




30년이 넘는 그들의 역사를 존중하기에.
난 더 과감하게 “그 탯줄”을 잘라냈다.

”싹-둑!” / ”오 이런. 나도 같이 잘라내 버렸네?”



얼마 전 일이다.


나는 첩첩산중인 일정들을 소화해 내면서

몸이 지칠 대로 지쳐,

고열폐렴이란 거추장스러운 것들을

돌덩이처럼 달고 있었다.


‘이렇게 아파도 되는 건가?’

처음 겪는 복합적인 아픔이었기에.

세상을 향해 더욱 처절하게


‘포기의 백기’를 흔들어댔다.



나는 보통 건강이 좋지 않을 때.

신경이 예민해지거나, 내 안에 없는 척

숨어있는 [버럭이] 씩-씩 거리며

튀어나오기도 한다.

(이렇게 썼지만, 평상시엔 차분한 성격이다.)



그런 상태였던 내게, 훅훅! 잽을 날리듯

깐족거리는 내 옆사람인 S의 말과 행동들이

발작 버튼을 눌러 버린 것이다.


언제나 같은 맥락으로 치고 들어오는

잽의 고유한 문제점에 대해 생각하면서

이는 “튼튼한 뿌리”책임도 있다고

생각 들었다.


더불어 그 간 [안으로 굽는 팔] 덕분에

고통스러웠었던 일들이 한꺼번에 떠올랐다.


“크오오오- 아아아아!!!!!!!!

더는 못 참, 아니 안 참을 거야!!!!! “

.

.

.




S는 내게 유일한 삶의 끈이자,

나를 더 앞으로 나아가게 만드는

원동력과 같은 존재이다.


세상을 좀 더 유하게 바라볼 수 있게,

또는 오래되어 낡은 상처마저

따뜻하게 포근히 감싸주는 매력이 있다.


하지만,

그런 S에게도 한 가지 빈 틈이 있다면.


그건 바로.

영원한 연결 고리인 “탯줄”

신생아 마냥 여전히 갖고 있단 것이다.


/


우리는 태초에서, 세상 밖으로

우렁차게 꺼내지기 전까지


‘어머니’라는 온전한 보호막 안에서

모든 순간과 감정을 공유하며 지낸다.


그래서 더 끈끈하고, 어쩌면 서로를

영원히 놓을 수 없는 대상들로

여기는 지도 모른다.


나와 S의 다른 점이라면,

난 어렸을 때부터 혼자서 뭐든 해내는

독립적인 성격이고, S는 주변인들이 알아서

다 해주는 것을 받기만 하는 게

익숙한 성격이라는 점이다.


그런 S의 곁엔, 언제나 마음 편히 기댈 수 있는

튼튼한 뿌리인 하나의 태양이 있었다.



30년 넘게 끊김 없이 붙어있는.

S와 어머니만의 연결 고리인 그것. “탯줄. “


나는 너무나 당연하게도,

이 지구상의 모든 성인들은 저 탯줄 없이

살아가는 독립적 주체인 줄 알았다.


나 역시 그러했으니까.


그런데 내가 어른이 되어 마주한

저 질긴 생명력을 지닌 탯줄은,

S와 나의 사이에 있어 굉장히 높은 벽처럼

절대 넘을 수 없는 ‘견고함’ 그 자체였다.


난, S를 여전히 신생아처럼
사고하고 행동하게 만드는.

저 정서적 지배의 형태인 탯줄을 반드시!
잘라내고 말겠단 마음으로
튼튼한 뿌리를 향해 날이 바짝 선 채
다가갔다.

“서걱-서걱! 싹둑! “


나는 그날, 그 순간.

세상 어디에도 없는,


그렇게 용감무쌍한 가위가 되어버렸다.


그리고 아뿔싸.

튼튼한 뿌리와 한데 엉켜 있었던

 내 끈도 잘라내 버렸네?

.

.

.






어떤 것이 그들에겐 위협적이었을까.


서로를 엮어주는 그 끈끈함이 좋아서였을까,

아니면 그 끈끈함을 영원히 잃을 것만 같아서

위태로움을 느꼈던 것일까.


탯줄을 끊는다는 건, 인연을 끊는 게 아닌.

한 인간으로 독립된 객체가 되기 위한

과정의 일부로 바라봐야 한다.


나는 튼튼한 뿌리에게 말해주고 싶다.


“그 탯줄은 끊어진 채 외로이 둥둥-

떠다니는 것이 아니라, 자유롭게 자신의 삶

영위하고 있을 것이오.

아주 당연한 순리처럼 말이오. “

.

.

.





/ 오늘 이야기는 어떠셨나요? :)


저는 제가 직접 가위가 될 거라

예상하지 못했었는데. 기어코 가위가 되어

질기고 질겼던 탯줄을 싹둑, 잘라버렸었네요.


하지만, 그들은 탯줄이 없어졌을 뿐.

서로를 생각하는 마음이나 애틋함엔

이상이 없답니다.


그저 한 어른으로, 독립된 존재로

여겨줘야 할 대상에게 여전히

품 속에 꼭 껴안고 꺼내지 않는

새싹처럼 바라보는 부모의 형상에 대한

내용을 풀어봤습니다.



저처럼 인고의 시간을 지나

맞이하는 결말이 해피엔딩은 아닐지라도

한 번쯤. 맞서 대응해 볼 만한 가치 있는

일이라면, 여러분은 어떻게 할 것 같나요?


이번 화는

커다란 물음표를 던지며

마무리하겠습니다.


다음 이야기에서 또 아름답게 만나요:)

행복하자고요, 우리. ʕ¨̮ʔ ꯁ ʕ¨̮ʔ







[ 오늘의 삽화 ] 영원한 연결 고리, 탯줄

 © 여울LEE






작가의 이전글 • 사랑의 두드러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