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화. 내 이름은 코코

by 제난희

따스한 아침 햇살이 커튼 틈을 비집고 방 안으로 스며들었다.

먼지가 천천히 빛을 따라 움직이며, 고요한 공기는 밤새 쌓였던 긴장을 스르르 풀어내고 있었다.


코코는 케이지 안에서 몸을 작게 웅크린 채 잠들어 있었다.

마치 긴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사람처럼, 깊고 편안한 숨이었다.


얼마나 지났을까.


“…코코? 코코… 맞아?”


지유가 잠에서 덜 깬 목소리로 케이지를 들여다보았다.

눈을 비비던 손이 멈추고, 입술이 작게 떨렸다.


“엄마… 엄마! 코코예요! 코코가 돌아왔어요!”


언니가 가장 먼저 문을 벌컥 열고 뛰어나왔다.

아줌마도 뒤이어 왔고, 마지막으로 아저씨가 부스스한 모습으로 나타났다.


“정말… 케이지 안에서 자고 있네.”

“이게 가능한 일이야…?”


누가 넣어둔 걸까 서로 의문을 주고받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건 아이들의 얼굴에 다시 피어난 안도였다.

어른들은 이 미스터리를 굳이 밝혀내지 않기로 했다.


지유는 케이지 문을 조심스레 열었다.

손바닥을 내밀며 말했다.


“코코… 이제 나와도 돼.”


코코는 지유를 바라보다가

천천히, 아주 망설임 없이 지유의 손 위에 올랐다.


그 움직임에는

도망칠 때의 긴장도, 숨어 있을 때의 불안도 없었다.


지유는 손가락으로 코코의 머리를 살살 쓰다듬었다.

“정말 보고 싶었어. 다시는… 떠나지 마.”


코코는 말할 수 없었지만

지유의 엄지손가락을 꼭 끌어안았다.

아주 작은, 그러나 깊은 포옹이었다.


그 순간 코코는 깨달았다.

밤새 겪었던 어둠과 모험보다

이 작은 손바닥의 온기가 더 오래 마음에 남는다는 것을.


밖에서의 자유가 반짝이는 일탈의 불꽃이라면,

이곳에서의 자유는 잔잔하게 퍼지는 햇살과 같았다—

천천히 스며들고 오래 머무는 자유.


코코는 지유의 손에서 살며시 몸을 돌려

다시 케이지로 올라갔다.


지유의 손에서 케이지로 돌아온 코코는

익숙한 나뭇가지를 타고 천천히 위쪽으로 올랐다.


아침의 분주함이 다시 집안을 채우고 있었지만

코코는 그 아래 펼쳐진 작은 세계를 가만히 내려다보았다.


빛이 바닥까지 닿자

어젯밤 숨어 있던 존재들이 하나둘 모습을 드러냈다.


반대편 책장 위에서는

먼지거미들이 가느다란 다리를 모아 조심스럽게 인사했다.


책장 아래, 먼지와 어둠 사이에서는

먼지토끼—코코가 부르던 그 ‘먼지귀신’—가

작게 몸을 흔들며 반가움을 표현했다.


마치 “잘 결정했어.” 하고 말하는 듯했다.


코코는 아주 천천히 눈을 깜빡였다.

단 한 번의 눈짓에 많은 것이 담겨 있었다.


도망치던 마음,

헤매던 밤,

뜻밖의 만남들,

그리고 다시 돌아온 자리까지—


그 모든 것이

하나의 긴 숨처럼 연결되어

“괜찮다”는 감정으로 내려앉았다.


케이지 안은 변함없었지만

코코의 마음은 아주 조금, 달라져 있었다.

어제보다 따뜻하고,

어떤 모험보다 깊었다.


아래에서는

아이들의 웃음이 다시 흘러가고 있었다.


그 웃음이 은은하게 번지는 가운데

코코는 천천히 숨을 내쉬었다.


‘어쩌면… 자유는 꼭 먼 데 있지 않을지도 몰라.’


집 안은 여전히

어제와 같은 소리, 같은 냄새, 같은 풍경이었다.

그런데 코코에게는

새로운 방향으로 열린 문처럼 느껴졌다.


언젠가 또 지루해질 수도 있다.

또 모험을 떠나고 싶어질지도 모른다.

그것도 자유다.


하지만 일탈이 빛나는 이유는—

돌아올 집이 있기 때문이라는 걸,

코코는 아주 조금 마음 깊숙이 배운 듯했다.


그리고 그 순간,

먼지토끼가 아래에서 장난스럽게 몸을 흔들었다.

코코는 작게 입꼬리를 올렸다.


오늘의 코코는

‘탈출’이라는 단어보다

‘지금’이라는 시간 속에서

충분히 자유로웠다.




다음 아침.


“굿모닝, 코코!”


케이지 앞에서 작은 그림자가 코코에게 드리워졌다.

지유였다.

밤새 걱정하던 표정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환하게 웃는 얼굴만 남아 있었다.


칙—칙—.

지유가 케이지 문을 열고 분무기로 촉촉한 물방울을 흩뿌렸다.

반짝이는 방울이 코코의 몸에 닿자

코코는 작게 몸을 흔들며 한 바퀴 돌았다.


“반가워, 지유. 좀 더 뿌려보라구.”


코코는 맺힌 방울을 쏙쏙 받아먹으며

조용한 아침을 시작했다.


금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