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이 되자 아저씨가 퇴근해 집으로 들어왔다.
“아빠…!”
꼬맹이는 울먹이며 달려와 안겼다.
“그래, 아빠가 찾아줄게. 울지 마.”
“코코가… 배고플까 봐 그랬어요. 문을 안 닫았나 봐요… 미안해요.”
“우리 딸을 이렇게 울리다니. 그 녀석, 찾으면 혼 좀 내줘야겠는걸?”
“그러지 마요… 코코도 배고프고 목마를 텐데…”
뒤에서 언니는 팔짱을 낀 채 한숨을 쉬었다.
“너 밀크 케이지 열어뒀으면 진짜 가만 안 놔뒀어.”
“언니, 정말 미워! 힝!”
지유는 아빠 품에 더 깊이 파고들었다.
아저씨는 옷을 갈아입고 집 안을 뒤지기 시작했다.
아줌마는 저녁을 차리고, 두 아이는 침대 아래부터 커튼 뒤까지 다시 살폈다.
코코는 조용했다.
사람들 눈에 띄지 않을 만큼 멀리서,
그러면서도 모두를 관찰할 수 있는 자리에서
그들을 하나하나 바라보고 있었다.
그때, 코코를 가장 먼저 발견한 건 밀크였다.
두 도마뱀의 시선이 순간 마주쳤고,
코코는 곧바로 몸을 숨겼다.
‘내가 이 집을 나갔다고 생각했겠지.
실패했다고 생각하겠군.’
바로 그때 먼지토끼가 코코 주변을 둥둥 떠다니며 말했다.
“음, 뭐… 그게 그렇게 중요한가?”
“내 생각이 들려? 난 마음속으로 생각했는데.”
“난 그런 존재야. 들으려고 하면 들리고, 듣고 싶지 않으면 안 들리지.”
코코는 골똘히 바라보다가 고개를 저었다.
“넌 정말 이상해.”
“이상하다고 생각하면 이상한 거고,
신비롭다고 생각하면 신비로운 거지.”
‘또 시작이군.’
코코는 먼지토끼를 피하려고 커튼봉 위로 올라갔다.
그러나 먼지토끼는 이미 따라붙어
꼬리 끝에 매달린 채 흔들리고 있었다.
“픽! 이 먼지 귀신 같은 놈!”
“너무하네. 난 네 친구라니까?
너 지금 밀크가 널 어떻게 볼까 걱정하는 거잖아.
이봐, 세상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만큼 널 궁금해하지 않아.
다들 먹고 살기 바쁘다구!”
“그런 거 아니야!”
“근데 피부색 바뀌었다.”
먼지토끼는 피식 웃었다.
코코의 피부는 조금 더 진한 커피색으로 변해 있었다.
“그런 걸 보면 말이야…
누군가가 널 위해 목놓아 울어준다는 건 참 특별한 일이야.”
먼지토끼가 천천히 몸을 굴리며 말을 이었다.
“너 하나 없어졌다고 온 가족이 이렇게 난리인 거 보면.
도마뱀 주제에 꽤나 중요한 존재잖아?”
코코는 말이 없었다.
먼지토끼는 씨익 웃으며 다시 말했다.
“그리고 너—지금 이 상황, 좀 재밌지?”
“재미는 무슨.”
코코가 툭 내뱉었다.
“아니야. 재밌어.
케이지에서 허풍만 떨던 네가
이제는 ‘생각’이라는 걸 하고 있잖아?”
“넌 정말 요상해. 이젠 좀 조용히 해줘.”
두 존재는 커튼봉 위에 나란히 앉아
식탁에서 저녁을 먹고 있는 가족을 내려다보았다.
지유의 눈가는 아직 붉었고,
언니는 말은 거칠어도 계속 동생을 곁눈질했다.
아줌마는 밥을 뜨면서도 틈틈이 주변을 살폈고,
아저씨는 젓가락을 쥔 손을 내려놓고 거실 쪽을 또다시 확인했다.
코코의 꼬리 끝이 아주 작게 흔들렸다.
탈출을 떠올리면 떨림은 멎었고,
지유의 울음소리가 스치면
어김없이 작은 진동이 되살아났다.
코코는 가늘게 숨을 들이켰다.
앞발이 쉽게 떨어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