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10.18
ㅇㅊ초는 그림같은 학교였다.
운동장 한켠에 서 있는 나무는 내 팔로 세 아름 정도 되는 굵기였고
높이는 20미터보다 더 높았는데
주변의 민원으로(그늘과 태풍피해 우려) 잘랐다고 한다.
학교 앞에는 큰 강이 흐르고 있었는데
4대강 사업의 친구인지 뭔지
강둑을 높이 쌓아 올리고 공사하느라
뷰를 망가뜨리고 있었다.
주민들도 마을을 감옥으로 만든다며 원성이 자자했다.
운동장 한 켠에는 우물도 있고
옛날 초등학생 때 봤던 학교의 흔적들이 곳곳에 남아
정감가는 학교였다.
이렇게 나는
아침부터 감성 충만이었다.
탄성이 절로 나오는 뷰와
밝은 노란색 벽의 부자연스러움에도
“아름답다!”는 탄성이 절로 나오는 곳에서 행복했다.
공동교육과정은
시골의 작은 두 학교가 함께 수업하는 것이다.
그래서 오늘은 ㅇㅊ초에 우리가 갔고,
나는 오늘 보조교사 역할을 했다.
교실로 들어가니 한껏 들뜬 순박한 ㅇㅊ초 친구들과
낯선 우리 6학년, 뭔가 독특한 우리반(5학년)이 함께 어우러져
나무 꾸미기 수업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우리반 생글이가 우울모드로 엎드려 있다.
손을 잡고 밖으로 나와 무슨 일이냐 물으니
울음부터 터뜨린다.
안아주며 “누가 그랬냐! ”니까
오늘따라 엄마가 너무 보고 싶다며
엉엉 울기 시작했다.
아유. ㅠㅠ
생글이 엄마는 나랑 동갑인데
2년 전 병으로 돌아가셨다.
어린 마음에 얼마나 힘들까 싶어
안아줄테니 실컷 울어라 했다.
한참을 엉엉 울던 아이를 데리고
학교 한바퀴 돌았다.
슬프면 울어야지.
울고 울고 또 울어 슬픔을 표해야지.
그리고나서 또다시 세상을 살아가야지.
다시 힘내는데에는 다른 것 없더라.
그냥 내가 가진 결핍이 주는 깊이를 깨닫는 것 외에.
너는 마음을 읽는 깊은 사람이 될꺼다.
그건 책을 많이 읽어도
돈을 많이 줘도 배울 수 없는 지혜다.
너의 그림에는 깊이가 있을테고
너의 노래에는 감동이 있을 것이다.
너의 글을 통해 또다른 슬픈 이가 위로를 얻을 것이다.
똑똑한 생글이는
내 말을 다 이해했다.
이 똑똑한 생글이는
국영수사과 다 잘하는데
그림도 미대생처럼 그린다.
그런데 꿈이 회사원이고
까페를 차려 2층 복층집에 사는 것이다.
아무튼 ㅇㅊ초는 참 좋은 곳이다.
깊은 추억 하나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