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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산문

여기 사람이 살았다

by 열목어


이 사진을 한참 동안 보았습니다.



지인이 밀양 어디쯤엔가 시골길 걷기를 하다가

이끌리듯 사진에 담았다는 어느 대폿집.


여기 사람이 살았다.

뿌연 창밖으로 젓가락 장단이 새어 나오던 시절이 있었을 것이다.

내외는 아이의 필통에서 칼이랑 가위서껀 대고 자를 똑바른 무언가와 함께 유리에 붙일 셀로판테이프를 잘랐다.

그냥저냥 자를 수 없었다.

여기서 이걸로 먹고살아야 하기에. 가르치고 입혀야 하기에.

그래, 이렇게 자라난 것이다.

모두 부끄럽고 시시한 부모를 가졌기 때문에 서로서로 공평하게 커서 평등한 마음으로 도시로 간 것이다.


가로로 세로로 어긋남 없이, 조금도 어긋남 없이.

식구들의 반듯한 미래가 '개구리튀김'을 바로 붙이는데 달려있다는 듯이.


늦은 밤 돌아갈 줄 모르는 취객의 고성과 담배연기는

아이들의 방을 넘어오고

이튿날 아침 밥상엔 깨끗하게 남은 안주가 새 그릇에 담겨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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