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해력 (Embracing Harmlessness)은 2025년 소비 트렌드 중 하나로, 자극과 스트레스가 넘치는 현대 사회에서 작고 귀엽고 순수한 것들이 주는 심리적 안정과 위안을 뜻한다. 이는 불확실성과 갈등이 만연한 시대적 배경 속에서 사람들이 해롭지 않은 존재들을 통해 치유와 안정을 찾으려는 경향을 반영한다.
무해력은 그 이름처럼 '해롭지 않음'에서 비롯된 개념이다. 이는 자극적이지 않고, 스트레스를 유발하지 않으며, 반대나 비판을 불러일으키지 않는 대상들에 대한 선호를 뜻한다. 작고 귀엽고 순수한 존재들은 이러한 특성을 통해 사람들에게 심리적 안전지대를 제공하는데 예를 들어, 귀여운 캐릭터 인형이나 서툴지만 정감 있는 그림들은 현대인들에게 위안과 즐거움을 준다. 이는 단순한 소비 패턴이 아니라, 사회적 스트레스와 불확실성 속에서 사람들이 찾는 치유의 방식을 보여 주는 것이다.
무해력이 주목받는 이유는 현대 사회의 불안정한 환경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경제 불황, 정치적 갈등, 세대 간 대립 등으로 인해 사람들은 점점 더 많은 스트레스와 부담을 느끼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무해한 대상은 비판이나 갈등 없이 호감을 표현할 수 있는 안전한 선택지가 된다. 특히 젊은 세대인 MZ세대는 자신을 보호하고 위로받기 위해 무해한 존재들에 끌리는 경향이 강하다. 이들은 크고 원대한 목표보다는 소소한 행복과 일상의 안정을 추구하며, 무해력은 이러한 가치관과 깊이 연결되어 있다.
푸바오는 한국에서 무해력의 대표 아이콘으로 자리 잡았다. 그의 동글동글한 외모와 느릿느릿한 몸짓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사람들에게 미소를 선사했다. 푸바오를 보며 사람들은 복잡한 세상에서 잠시나마 벗어나 순수하고 평화로운 감정을 느낄 수 있었다. 이는 단순히 귀여움에 그치지 않고, 현대 사회가 처한 스트레스와 불안 속에서 사람들이 바라는 이상적인 상태를 상징하는 것이다.
<무해한 아저씨의 탄생 '나의 쓰레기 아저씨' / 푸바오 열풍을 일으킨 아기 판다>
나의 삶에 있어 무해력의 모습은 어떤 걸까?
한살림 제철 꾸러미가 떠올랐다. 한살림 제철 꾸러미 중 하나인 설레임 보따리는 25주 동안 팔당 지역에서 갓 수확한 노지 채소를 정기적으로 가정에 공급하는 프로그램이다. 제철 꾸러미의 가장 큰 특징은 노지 채소 중심으로 자연환경에순응하며 재배된 작물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친환경 원칙을 준수하기 때문에 유기농 및 무농약 재배를 우선으로 하여, 신선하고 안전한 먹거리를 통해 건강한 식생활을 돕게 된다. 그리고 비닐과 플라스틱 사용을 최소화하고, 박스 재사용 등 포장재를 절감함으로써 환경 보호를 실천한다.
설레임 보따리는 5년 동안 내 삶에 선물처럼 찾아왔다. 보따리가 오기 전날이면 냉장고를 비워두며 설렘을 준비했다. 그리고 보따리가 도착하는 날, 나는 주방에서 늦은 밤까지 벗어나지 못했다. 그 안에는 익숙하지 않은 채소들도 많았지만, 그것들은 내게 새로운 도전과 따뜻한 일상을 선물했다.
김치를 좋아하지 않는 나였지만, 배추겉절이, 파김치, 열무김치 같은 것들을 직접 담그는 경험은 뜻밖의 즐거움이었다. 생전 처음 해보는 일이었지만, 손끝에서 만들어지는 김치들은 나만의 이야기를 담은 소중한 결과물이 되었다. 우리 집에서 잘 소비되지 않던 고추와 깻잎은 간장에 절여 저장음식으로 변신했고, 고구마 순이 자주 오던 덕분에 아이들은 어느새 고구마 순 껍질 벗기기의 달인이 되었다. 그 모습이 어찌나 귀엽고 뿌듯하던지.
무가 올 때면 무청이 함께 달려있어 베란다에 걸어 말리곤 했다. 그렇게 만들어진 시래기로 밥을 짓고 나물을 무칠 때마다 시골밥상의 정취가 우리 집 식탁에 깃들었다. 말라가는 무청이 바람에 흔들릴 때마다 나는 혼자 큭큭 대며 웃곤 했다. 그 모습은 내게 무해력 그 자체였다—작고 소박하지만 마음을 따뜻하게 채우는 힘.
정성껏 준비한 집밥을 가족과 함께 먹는 순간, 외부의 스트레스를 잠시 내려놓고 정서적 안정과 만족감을 느끼는 과정이 나에게는 무해력을 실천하는 시간이었다.
무해력은 단순히 작고 귀여운 것들에 대한 선호를 넘어, 현대인의 심리적 필요와 사회적 변화를 반영한 트렌드이다. 이를 통해 사람들은 복잡한 세상 속에서도 자신만의 힐링 포인트를 찾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