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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리 Oct 24. 2024

가족을 만나러 공항으로 가요

         

캐나다 체크인. 지난해 가수 이효리 씨가 해외로 입양 보낸 유기견과 직접 재회하는 장면을 담은 예능 프로그램이다. 제주도 마을을 떠돌던 유기견들을 임시 보호하다 캐나다로 입양을 보냈는데, 현지에서 새 가족을 찾은 개들을 다시 만난다는 내용이다. 먼 곳으로 떠나보낸 개들과의 만남에는 안도감과 그간의 그리움이 재회의 웃음과 눈물로 뒤섞였는데, 공감하는 이들이 많았는지 국내 유기견의 해외 입양 현실을 알리는 기회가 됐다.     


프로그램에서 “인천공항엔 통곡의 벽이 있다”며 개들과의 이별을 기억하는 장면이 있었다. 통곡의 벽은 많은 임시 보호자가 개를 입양 보내면서 출국장 앞에서 하염없이 울어서 붙여진 이름이라는 것인데, 조금은 알 것 같았다.      


통곡의 벽 앞에 서보진 않았지만 달리는 통곡 차를 몰아야 했기 때문이다. SNS에는 종종 동물 구조 단체의 이동 봉사 요청이 올라오는데, 해외 입양이 결정된 개들의 공항까지의 이동을 부탁한다. 임시거처에서 공항까지의 시간은 대략 한 시간 내외가 되는데, 이동 봉사자는 짧은 시간이나마 개들의 임시 보호자 역할을 하게 된다. 모르는 사람과 어디론가 가야하는 개들이 얼마나 불안할까 싶은 마음에, 잠깐이라도 그들의 몸과 마음을 편안하게 해 주고 싶어 이동 봉사를 하게 됐다. 가족을 찾아 먼 길을 떠나야 하니 어떤 방식으로든 조금이라도 고생을 덜어주고 싶었다.      


물론 내 마음과는 상관없이 아무리 친절하게 이름을 불러줘도 처음 보는 사람에 대한 낯설음에 잔뜩 긴장한 모습을 보이기도 하고, 특유의 친화력을 발휘하며 경계심 없이 꼬리를 흔들며 안기는 경우도 있다.  

    



벌써 오래 전 일이 됐는데, 호야라는 작은 친구를 공항에 보낸 적이 있다. 호야는 처음 타는 아줌마의 차를 불안해하면서도 잠시 눈을 붙이며 얌전하게 있었는데, 막상 출국용 켄넬에는 타지 않겠다며 내 품에 매달렸다. 나도 모르게 떨어지는 눈물이 현장에 계신 분께 불편한 일이 될까봐 호야랑 제대로 된 인사도 못 나눈 채 도망치듯 헤어졌다. 오롯이 스스로 잘 버텨내야 하는 호야에 대한 안타까움, 더 돕지 못하는 미안함에 터져버리는 눈물은 차안을 달리는 통곡의 차로 만들어 버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호야의 구조단체로부터 미국인 엄마 아빠 품에 안긴 호야의 사진으로 받아볼 수 있었다. 나의 지난 서글픈 눈물이 무색할 만큼 예쁜 모습이라, 호야와의 짧은 만남을 따뜻하게 마무리할 수 있었다.      


임보 엄마가 함께 동행했던 타리라는 비글 친구도 기억이 난다. 새벽 길을 함께 했었는데 사실 타리도 처음이고, 임보 가족과 동행하는 것도 처음이라 긴장감과 서먹함이 배가 됐다. 적막을 깬 임보 엄마의 타리 자랑 덕분에 떠나보내는 슬픔보다는 즐겁고 편안한 여정이 됐다. 그날은 출국 수속 전까지 타리와 타리 임보 엄마와 함께 공항에서 산책을 했는데, 둘만의 마지막 인사를 남겨주려고 사진을 한껏 찍어서 전해 드렸다. 같이 살을 맞대고 지내다 떠나 보내는 이별의 슬픔이 짐작이 돼, 뭐라도 도움이 되고 싶었다. 둘을 남겨두고 먼저 공항을 떠나오는데, 임보 엄마 덕분인지 통곡의 차가 아닌 진정된 마음으로 집으로 돌아왔던 날이었다. 현지에서 적응하기 어려워한다는 안타까운 소식이 있어 한동안 걱정을 했는데, 결국엔 뉴욕커의 일원이 됐다는 소식을 듣고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다.      

공항으로 함께 이동했던 호야(좌)와 타리(우)




개를 태우고 공항으로 가는 길은 여러 가지 감정이 교차된다. 새 가족을 만날 수 있다는 기대감과 또 다시 낯선 곳으로 보내야 한다는 걱정이 뒤죽박죽 섞여 있다. 이런 마음을 온 몸으로 부딪쳐야 하는 개들도 다르지 않을 것 같다. 이제는 괜찮겠지라는 생각이 들 때면 또 낯선 곳으로 이동해야 하고, 새로운 가족을 만나야 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일까. 두렵지만 씩씩하게, 낯설지만 신나게 한발 한발 내딛어야 하는 개들에게 잠시라도 안심할 수 있는 시간을 만드는 것이 내가 이동봉사를 하는 이유다. 내가 전하는 응원과 행운이 새로운 견생을 시작하는데 힘이 될 수 있기를 바라며, 마음 속으로 늘 전하는 인사를 다시 한번 떠올려 본다.   

   

“아줌마가 가진 복이 있다면 그거 네게 다 줄 테니까 가서 가족 만나 행복하고, 건강하게 살아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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