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에 한 번이면 족할 삼재가 또 돌아온단다. 죽지도 않고 또 왔다. 삼재가 도대체 뭐길래? 내가 겪었던 삼재는 고통 그 자체였다. 삶의 무게를 온몸으로 느끼게 하고, 눈물로 하루를 채우게 했던 시간. 그런데 그게 또 온다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며칠 전, SNS를 스크롤하다 ‘2025년 삼재 띠’라는 제목의 영상을 우연히 보게 되었다. 그냥 지나칠 수도 있었지만, 밤톨처럼 귀여운 우리 딸과 마음 약한 남편에 해당되는 띠일까 싶어 확인하지 않을 수 없었다. 다행히 그 둘은 삼재와는 거리가 멀었다. 안도한 것도 잠시, 나에게 닥친 청천벽력 같은 소식. 바로 내 삼재가 시작된다는 사실이었다.
“침착하자.” 그렇게 스스로를 다독여 보았다. ‘이쯤 되면 담담히 넘어갈 수 있어야지.’ 이미 마흔 중반을 넘긴 내가 삼재 따위에 흔들리겠느냐고 애써 태연한 척했다. 하지만 마음속은 달랐다. 삼재라는 단어는 내 안에서 점점 무거운 돌처럼 가라앉았다. 두려움을 누르려해도 그 단어는 어느새 내 마음 한구석에 뿌리를 내려버린 듯했다. 그럼에도 어쩌겠는가. 받아들이기로 했다. 지난 40여 년간 쌓아온 삶의 내공을 총동원해 하루를 담담한 척 넘기기로 했다.
그렇게 삼재를 애써 무시하며 며칠을 보내던 어느 날, 브런치 작가 프로젝트 워크숍에 참여하게 되었다. 내가 속한 3기 작가 모임은 드레스 코드로 녹색을 맞춰 입기로 했다. 나름 점잖은 녹색 계열의 옷을 골랐다. 하지만 막상 집을 나서려다 거울 속 내 모습을 보니, 이 옷의 색깔은 축축한 그늘에서 자라는 이끼를 떠올리게 했다. 그리고 그 이끼처럼 내 마음도 어딘가 눅눅해진 기분이었다.
그럼에도 워크숍 장소에 도착하니 조금씩 마음이 가벼워졌다. 아직 어색한 ‘작가님’이라는 호칭을 주고받으며 동기들과 인사를 나누니 긴장감이 사라지고, 마음 한구석에 뭉클함이 찾아왔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이은경 선생님이 등장했다.
“3년을 버텨라.”
선생님의 강연 중 가장 강렬하게 마음에 남은 메시지였다. 무엇이든 꾸준히 노력하면 반드시 성취할 수 있다는 선생님의 확신에 찬 목소리가 내 안에 큰 울림을 주었다. 그 순간, 머릿속에 떠오른 숫자 ‘3년’. 내 삼재와 딱 맞아떨어지는 시간이었다.
삼재라는 단어가 나에게 먹구름처럼 느껴졌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선생님의 조언은 그 속에서 한 줄기 빛과도 같았다. 웅녀가 마늘과 쑥을 먹으며 100일을 버텼듯, 나도 다가올 3년 동안 꾸준히 글을 쓴다면, 내가 바라던 진정한 작가로 성장할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하니 마음속 무거웠던 돌덩이가 조금씩 가벼워지는 듯했다.
물론, 여전히 삼재는 반갑지 않다. 하지만 3년이란 시간을 나만의 의미로 채워갈 수 있다는 생각에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삼재를 단순히 불운으로 여기지 않고, 조금 더 나아지는 기회로 삼아 보기로 했다. 그래서 오늘도 글을 쓴다. 내일도 한 줄을 더 써볼 것이다. 그렇게 한 줄 한 줄 쌓여가는 글은 삼재를 지나며 남긴 작은 발자국이자 나만의 이야기가 될 것이다. 삼재를 맞이하는 나, 이번에는 조금 더 담담하게, 그리고 조금 더 단단해지기를 바라본다. 그렇게 나의 글은 천천히 이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