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빡세다
이번 실험은 팀이 정말 좋았다. 4인조 그룹으로 진행되는 실험이었는데, 내가 친하게 지냈던 동기들과 열정적인 친구가 있어서 힘들어도 으쌰으쌰하면서 실험을 이어나갈 수 있었다. 졸업 전 마지막 실험 세션이라 무난하게 끝나길 바랐다.
하지만 오늘, 실험의 끝을 눈 앞에 두고 있는 시점 내 인내의 한계심을 시험하는 날이었다.
먼저 우리 그룹은 다른 그룹에 비해 실험 진도가 늦춰지고 있는 상황이었다. 열 그룹이 있다고 한다면 오늘까지 남아있었던건 고작 네 팀밖에 없었고, 그 중 두 팀은 오늘 끝나는 것이 확정에 가까운 상황이었다. 반면 우리는 아직 갈 길이 많이 남아있었다.
원래 우리의 계획은 남은 두 실험 중 하나를 빠르게 오전-이른 오후 내로 끝내는 것이었다. 노하우가 많이 쌓여서 가능할 거라고 예상했다.
그런데 오늘만큼은 정말 쉽지 않았다. 정말정말 정신적으로 힘든 날이었다.
1. 하루종일 아무것도 먹지 못하고 실험을 하려니 배가 너무 고팠고, 신경이 곤두서기 시작했다. 시간적 압박이 더해지니 너무 예민해져 있는 상황이었다.
2. 우리 그룹 중 한 명이 계속 자기가 원하는 결과쪽으로 의견을 몰고가는 것이 빤히 보여서 거슬렸다. 실험 결과는 다른 쪽으로 흘러가는 게 빤히 보이는데, 자기가 원하는 결과만 보고 내 말이 맞지 않았느냐며 우다다다 쏟아내는 말들이 오늘만큼은 다 받아치기 힘들었다. 그러다 제 맘에 들지 않는 결과가 생기면 결정하기 어렵다고, 다시 해보자고 하는데 이미 진절머리가 난 나는 속으로 헛웃음을 흘렸다. 잘 하고 싶었던 건 알겠는데 오늘만큼은 체력이 너무 딸렸다.
3. 그리고 이미 끝난 그룹 중 하나가 실험실에 아랍풍 음악을 개크게 틀어놓더라. 너무너무너무 스트레스 받았고 골이 울릴 지경이었다. 다행히 누군가 노래를 꺼줘서 다행이지, 아니었으면 그 그룹한테 가서 화낼 뻔했다. (지금 생각해도 짜증난다)
4. 우리가 믿고 있었던 조교샘이 배신을 때렸다 (사실 우리가 멋대로 믿고 있었던 거지만). 그 쌤이 분석결과를 잘못 조언해주는 바람에 하마터면 5시간 넘게 실험했던 결과를 생으로 날릴 뻔했다. 다른 조교샘이 고쳐주지 않았더라면 정말정말 곤란해질 뻔했다. 여태 좋고 실용적인 조언만을 해줬던 조교샘이 마지막의 마지막에 큰 혼란을 주는 바람에 우리의 멘탈은 말그대로 와사삭 부서질 뻔했다.
실험을 할 때마다 밥도 제대로 못먹고 긴장한 채로 10시간씩 진행하는 날이 잦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졸업만 하면 절대 대학원이나 연구실에는 발도 들이지 말아야 겠다고 다짐한다. 이건 내 적성에 맞지 않는다는걸 매시간 체감한다.
집에 오자마자 쓰러지듯 1시간 잠에 들었고, 저녁 9시 즈음 첫끼를 먹은 후 샤워를 하니 벌써 밤 11시다. 내일 실험 준비한다고 몇가지를 미리 계산해놔야 하는데 벌써부터 귀찮다. 그래도 내일이 마지막 실험일 일테니 남은 불씨를 태워 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