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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콤말랑떡 Dec 28. 2024

맥주예찬

맥주를 대하는 나의 자세

술술술~ 연말연시면 모임에서 빠지지 않는 것이 단연 술.

술술술~ 넘어가는 술 중에 제일 좋아하는 술을 고르자고 한다면 단연 맥주다.

소주, 양주, 와인, 막걸리 등 이 세상엔 온갖 술들이 있지만 그래도 나의 단짝은 맥주다.

일단 목구멍을 타고 굴러가는 청량감이 한 계단 날아오르게 하고 식도를 미끄럼틀 마냥 흘러가는 동안 막힌 고속도로가 한꺼번에 뚫리는 쾌감이 두 계단 날아오르게 한다. 위까지 도착해 찰랑찰랑 들리는 소리가 난다면 굳이 다른 음식을 먹지 않아도 포만감은 백 프로 충족한다.

( 지금도 찔끔 한 모금씩 먹는 중이다. 음주 글쓰기도 단속대상인가요? 잡혀가는 건... 아니죠? )


그렇다면 맥주는 언제 어디서 어떻게 먹는 것이 좋을까?

( 맥주를 사랑하는 자의 주관적인 견해이므로 애교로 바라주기 바란다. )


1. 감정해소용

인생을 살아가면서 계획대로 술술 풀린다면 얼마나 좋겠냐만은 녹록지 않은 게 인생살이다. 좋은 일이 있으면 나쁜 일은 뒤따라 오기 마련이고 고요한 하루에 한꺼번에 폭퐁우가 내리치기도 한다. 여러 감정의 비빔밥 속에 살고 있는 우리들은 감정을 먹고  덜어내는 연습을 하게 된다. 자기만의 방식으로 감정 비빔밥을 요리하게 되는데 특히 썩은 속을 잠재울 때는 ㅋㅑ! 생리적인 한마디면 해결완료. 실타래 마냥 속이 꼬이고 먹은 것이 없음에도 가슴이 답답할 때 맥주 한 캔 뜯어서 숨 한번 참고 마셔보자.  먹는 하마가 아닌 썩은 속 먹는 하마가 된 것처럼 속이 뻥 뚫리는 신세계를 경험할 것이다. 그렇다고 과하게 먹을 시에는 진짜로 뚫릴 수도 있으니 내 몸 확인하면서 먹기.

  

2. 매운 음식과 베프

매운 음식 하나쯤은 먹을 수 있어야 한국인이다. 매운 닭발, 매운 갈비찜, 매운 라면 등 '매운'이란 단어가 붙지 않으면 음식이라 취급을 안 한다. (매워야지 제맛이지. 저녁 김치찌개에도 땡초와 고춧가루를 팍팍 넣었다나.) 색깔도 영롱한 빨간 음식을 먹으며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메롱하는 귀요미로 변신하고 혀가 감각을 잃을 정도임에도 중독성에 멈출 수가 없다. 이때 맥주캔 소방관 긴급 출동! 불났던 혓바닥은 맥주라는 소화기로 쏴~~ 아 진화해 준다면 매운 음식도 언제나 은근~하게 즐길 수 있다. 맥주가 입안을 진화해주지 않았다면 입속은 활활 타 오르다 못해 눈물, 콧물 대홍수까지 날 수 있으니 이 얼마나 고마운 존재인가.  


3. 육아해방의 맛

새벽수유로  아침해가 뜨는 모습을 일상처럼 보낸 이는 안다. 육아의 끝은 어디인지 끝이 없는 탈출구를 찾는 것처럼 헤매었단 것을. 돌이 지나고 수면패턴도 잡아갈 때면 슬슬 잠들어있던 나의 최애를 만난다. '반가워! 오랜만이야! 을매나 보고 싶었다고'. 오랜 이별 후에 먹는 그 짜릿함은 평생  잊을 수 없는 육아의 맛이다. 그 뒤로 아이를 일찍 재우게 되는 것은 말하지 않아도 몸이 먼저 반응한다.

 '오늘도 엄마 한다고 고생했어'. 토닥토닥.


4. 몰래 먹는 술이 예술

 술을 입에 대지 말아야 했던 미성년자 시절. 수학여행을 가면 꼭 한번 술을 입에 대고 싶어 진다. 하지 말라고 하면 더 하고 싶은 게 아이들이 정석이다. '웩! 이리 쓴걸 왜 먹지? 뭔 맛이야?' 내심 생각이 들었지만 허세처럼 한두 모금 하게 된다. 들킬까 봐 조마조마하면서도 풋풋했던 시절을 함께 한 친구들과의 몰래한 추억은 달고도 썼다. 술기운 삼아 했던 춤사위와 노래들은 그야말로 예술~(싸이만 예술인가요?) 




그래, 술은 낮을 잊게 하고 밤은 과거를 불러오지.  - 윤대녕 <피에로들의 집>


맥주를 먹다 맥주 이야기를 하다 보니 잠들었던 추억들이 떠오른다.

20대 때 리마리오 닮았던 주구창창 캡모자를 쓰던 모자남 오빠는 잘 지내고 있는지

계획하지 않았던 임신으로 하소연하던 친구는 어떻게 살고 있는지

술김에 보고 싶다고 문자 했던 첫사랑은 결혼은 했는지

우리 우정 이대로! 외치며 당당한 모습이 멋졌던 친구는 지금도 그 모습 그대로인지 

방울방울 추억들이 떠오른다.

내일이 되면 뻥! 하고 사라질 테지만 잠시 옛 생각에 취해본다.


한잔, 두 잔 술잔에 기울이며 헛소리. 

혼자 먹기 조금 쓸쓸한데 같이 한잔 하실래요?


이 와중에 라이트. 맛있으면 0칼로리를 믿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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