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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불행일기1 11화

소리 전쟁

[11] 직장인의 하루하루

by 미친꿈


KakaoTalk_20250101_165007768.jpg ( 내용과 무관한 사진 / 라떼가 맛있던 카페 )

주말에 엄마를 만났다. 그런데 그전에 만날 때마다 엄마를 만나면 대화를 나누는 과정에서 서로 기분이 나빠짐을 느꼈었는데 이번에는 내가 한마디, 한마디 할 때마다 엄마가 내게 마치 공격할 듯한 말을 하거나 공격의 의미가 담긴 표정을 지으셨다. 그래서 엄마와 마주 보며 대화하다가 엄마에게서 공격으로 느껴지는 말이 자주 느껴져서 난 말을 하다가도 무슨 말을 하려는지 까먹었다. 원래에도 내가 말을 하던 중에 엄마가 내가 하는 말 사이에 끼어든다고 생각해 왔었다. 그 바람에 난 내가 할 말을 까먹는다고만 생각했는데 이번에 엄마와 대화를 하는 시간에는 엄마에게서 나를 공격하는 듯한 말이 들어와서 나는 엄마의 그런 말씀을 들으니 화가 났던 것이었고 엄마의 말에 대해서 방어하고 항변하는 말을 해야 되니까 대화가 산으로 가는 거였음을 알게 되었다. 정말이지 내가 1-2 문장 내뱉을 때마다 내가 마치 잘못했다는 느낌을 주는 나무라는 표정과 더불어서 엄마의 공격하는 말이 내 귀로 쏙쏙 들어왔다. 정말 이 정도일 줄은 몰랐는데 이번에 알게 되었다. 그동안 너무나도 공격당하고 공감받지 못했음을 느꼈다. 난 엄마에게 화가 났고 엄마가 원망스럽게 느껴지는 내 마음이 아팠다.


그러면서 옛날에 내가 초등학생일 적의 기억이 났다. 내가 초등학생 5-6학년때 내가 스스로에게 굳게 다짐하듯이 내면으로 하던 말이 있었는데 바로 “절대로 엄마한테 고민을 말하지 말자.”였다. 난 초등학교 4학년 때 왕따였다. 그래서 체육시간에는 혼자인 게 더 두드러지게 느껴지다 보니 그 시간이 어마어마하게 두려웠었다. 초등학생 4학년일 때 내가 왕따로서의 고충을 또래 친구들한테 털어놓을 수 없다 보니 엄마에게 털어놓았었다. 그러나 그 이후로 내가 엄마에게 일상적인 대화를 나누어도 “네가 그러니까 왕따인 거야. 네가 그러니까 친구가 없지.”라면서 공격하는 말들이 들어와서 가슴이 너무나도 찢어지게 아팠었다. 그 말을 들을 때마다 자주 이불속에서 꺼이꺼이 울면서 ‘절대로 엄마한테 내 고민거리 하나라도 얘기하지 말자. 엄마한테 아무런 얘기를 하지 않으면 좋지만 그건 힘드니까 나의 약점으로 비칠 수 있는 이야기는 절대로 절대적으로 하지 말자.’라며 속으로 대뇌 었다. 지금도 이 글을 쓰면서 눈물이 났다. 왕따라는 사실은 부모님께 가장 위로받고 싶던 것이었지만 가족에게조차도 나의 약점이 되는 이야기를 어릴 적부터 털어놓지 못했던 나의 처지가 너무 억울했고 다른 가정에서 자란 아이들 모두가 부러웠으며 가슴에 커다란 돌이 얹힌 기분이었던 것 같다. 결국 난 아빠, 엄마, 동생에게 정말 어렸을 적부터 나의 이야기를 쉽사리 털어놓지 못했다. 내가 대학생이 되어서야 내 이야기를 엄마에게 털어놓을 수 있게 되었지만 여전히 위로받진 못했다.


내가 고등학생인 시절에 밥을 먹다가 엄마가 숟가락인지 젓가락을 내 얼굴로 던져서 내 얼굴에 얹혀있던 안경다리가 두동각 났던 적이 있었다. 그때 한 끗 차이로 장애가 생길 수도 있을 정도로 심하게 다칠 뻔했던 것이다. 그리고 내가 초등학생인지 중학생일 때 난 한밤중에 자고 있었는데 엄마가 의자 등 받침대로 쓰이는 나무 막대기를 뽑아 들고 와서는 나를 마구 때렸었다. 그때 자고 있어서 난 이불에 덮여있었는데 엄마는 나의 이불을 걷고선 나를 무자비하게 때렸다. 이 기억은 잊히지 않을 정도로 내게 큰 충격과 상처로 남아있다. 그래서 그때부터 성인이 될 때까지 자는 것을 공포스러워했고 힘들어했었다. 내가 무방비하게 잠에 든 순간에 짐승처럼 맞을까 봐 너무 무서웠던 것이다. 엄마는 내가 컴퓨터를 몰래 사용했다던지와 같이 뭔 잘못을 했다면서 종종 때리긴 해왔어서 정확한 이유는 떠오르지는 않지만 주로 그런 이유로 맞았을 것이다. 하지만 엄마로부터든 아빠로부터든 나만 맞았다. 동생은 맞은 적이 없다는 점이 내 심금을 울린다.


2021년도에 집이 두 개로 나뉠 기회가 있었는데 결국 엄마의 의사로 그러지 못했고 폭력성이 강한 아빠와 다시 같은 집에 함께 살게 되었었다. 그때 아빠와 잠시 함께 살면서 아빠에게서 들었던 말이 “네가 너무 오랫동안 맞지 않았지? 주기적으로 맞아야 되는데 말이야.”라는 말이었다. 그 말들은 나에게 엄청난 충격을 주었고 그 즉시 극심하게 무서움에 떨었던 기억이 났다. 아빠가 엄마를 때린 것은 옛날일뿐더러 그런 적은 손에 꼽는다. 그러나 나는 아빠와 같은 집에 사는 내내 주기적으로 1년에 2-5번씩은 주먹질이랑 발길질 있는 힘껏 맞아왔었다. 그래서 한 번이라도 맞으면 일주일 정도는 온몸이 멍든 듯이 아팠었다. 난 아빠한테 반항하지 않겠다고 다짐하듯이 내면으로 매일같이 생각해 왔는데 그게 좀처럼 쉽게 되지 않아서 맞았다. 엄마에게 이러한 이야기를 최근에 한 적이 있었는데, 엄마는 “네가 그렇게 많이 맞았니? 난 몰랐어. 나는 맞은 기억이 안 나는데 너는 왜 이렇게 많이 맞았니.”라는 대답을 해서 나는 또 큰 내면의 상처를 입었다. 그리고 그걸 또 계속 기억하고 있는 나를 못마땅하게 보는 표정이 너무 아프게 다가왔었다. 내 동생은 부모님으로부터 아예 맞은 적이 없던 것과 반대로 난 항상 맞아다는 사실이 비교가 되면서 ‘난 이 집안에서 제대로 버림받고 쓸모없고 죽어 마땅한 존재였구나’를 항상 느끼면서 살았던 내가 불쌍하게 느껴졌다.


내가 엄마와 아빠로 인해 힘들었던 경험을 엄마에게 말하면 지금까지도 매번 내게 들려오는 레퍼토리가 “네가 외할머니랑 같이 살아봐. 내가 힘들었던 거는 네가 힘든 거랑 비교가 안돼. 너는 엄마한테 감사해야 돼.”였다. 이 말이 나오는 순간 절대로 말이 안 통해서 답답한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나는 ‘내가 이렇게 부모님으로부터 힘든 거는 감사해야 될 일인가? 나는 감사하지가 않은데.. 난 나쁜 애야. 감사할 줄 알아야지.‘라는 생각을 최근까지도 해왔었다.


KakaoTalk_20250101_164857691.jpg ( 내용과 무관한 사진 / 동굴 산책로 )

이번주에 나와 함께 B팀의 과장님, B팀의 부장님, C팀의 신입 동기와 식사하는 자리가 있었다. 신입 동기도 같이 식사할 줄은 몰랐는데 B팀의 과장님, 부장님과 함께 식당으로 가는 길에 그 신입 동기가 내게 하는 말이 부장님이 먼저 아침부터 ’같이 식사할래?‘라고 신입 동기에게 말했다고 한다. 그래서 좀 속이 뒤집히는 느낌이 들었다. (참고로 B팀의 부장님은 내 자리 바로 맞은편이다. 그니까 간단하게 말하면 내 앞자리이다. B팀의 과장님은 그 부장님 바로 옆자리이다. 결론적으로는 그 부장님이 내게는 엄청 요주의 인물이었다.) 좀 걷다가 도착한 식당에서 부장님께서는 그 신입 동기보고 자신의 옆에 앉으라고 해서 그 신입 동기는 부장님 옆에 앉고 나는 남은 자리인 과장님 옆자리에 앉았다. 식사를 하기 전부터 부장님이 그 신입 동기를 보는 눈빛이 나를 볼 때와는 다르다고 느꼈다. 부장님은 그 신입 동기가 부장님 자신을 잘 봐주었으면 좋겠다는 눈빛으로 느껴졌었다. 식사 도중에 부장님은 갑자기 두부 반찬을 리필하고는 그 신입 동기의 밥그릇 옆에 놓았다. 딱히 그 두부 반찬이 모자라지도 않았고, 그 신입 동기가 식사하는 자리와 원래 두부 반찬이 있던 자리와 멀지 않아서 그럴 필요는 없게 느껴졌다. 그래서 내 입장에서는 부장님 입장에서 내가 그 신입 동기를 질투하기를 바라는 듯한 느낌으로 비쳤다. 덧붙이면 부장님은 신입 동기만 사랑스럽다는 눈빛으로 신입 동기에게만 대화를 하시고 나에게는 말도 거시지 않을뿐더러 나를 조금 나쁜 사람인 것처럼 보았다. 이때 난 배알이 뒤틀리고 화가 나며 나만 무시당하는 것 같아서 명치 부근이 소화가 안될 듯이 아려왔다. 난 그 신입 동기를 좋아하고 그 부장님은 사실 별로 안 좋아했어서 먼저 내 입장에서 신입을 질투하는 마음을 인정해주고 나니 내 안에서 그 신입 동기를 챙겨주는 말이 절로 나왔다. 그걸 들은 그 부장님은 좀 놀란 눈치였다.


예전에 나와 B팀 과장님, B팀 부장님 이렇게 셋이 함께 밥 먹은 적이 있었는데 그때도 부장님은 내가 뭔 말을 해도 잘 듣질 않고 조금 무시하고 나에게 무뚝뚝하고 관심 없는 것 같았다. 그 부장님 마음에 달렸기는 한데 그분이 나를 챙겨주지도 않았던 것이 조금 서운했다. 그래서 'B팀 부장님은 원래 저런 성격인가?'라고 생각했는데 이번 식사 자리에서 부장님은 그 신입 동기에게는 꼬리 달린 강아지처럼 막 방방 뜨면서 질문을 진정으로 관심이 많아서 하는 것으로 보였고 그 신입 동기만 좋아하는 게 짜증 났고 부장님이 너무 미웠었다.


이 날에 식사를 마치며 회사로 다시 돌아가는 길에 부장님이 내게 "술 좀 먹어?”라고 질문했다. 그래서 난 “그냥 조금 마셔요.”라고 대답했더니 부장님은 엄청 사람 무안할 정도로 크게 깔깔 오랫동안 웃으면서 “그럼 술을 3병 마신다는 거야? 5병을 마신다는 거야? 조금 먹는다는 게 뭐야? “라고 했다. 대부분 사람들에게 술을 조금 먹는다고 말하면 대게는 ”아 그래요? 그럼 정확히 어느 정도인가? “라는 대답을 들어왔었는데 부장님으로부터는 조롱받는 느낌으로 다가와서 너무 수치스럽게 느껴졌고 가슴 부근이 아팠다. 그 신입 동기도 부장님의 말을 바로 옆에서 들었기에 난 '내 신입 동기도 날 우습게 보고 무시하게 되면 어쩌지?'라고 생각했다.


같은 날에 내가 우리 팀 상사들에게 서류를 돌리면서 각각 검토를 받고 대화를 나누어야 되는 일이 있었다. 그런데 이런 나의 행동이 B팀 부장님에게 위협이 되었던 것인지 부장님은 이례적으로 사무실 전체적으로 돌아다니면서 몇 사람들에게 업무로서가 아니라 잡담식으로 말을 걸었다. 그런데 그 B팀 부장님이 그렇게 사무실을 전체적으로 돌면서 나를 간간히 빤히 쳐다보면서 사무실 사람들과 대화하는데 나에게는 되게 위협적 이적이었다. ’ 너 여기서 처신 잘해라. 난 아는 사람이 많다.‘라는 느낌을 전달받아서 나도 그게 공격하는 걸로 다가왔고 무척 무서웠다.

KakaoTalk_20250101_165025467.jpg ( 내용과 무관한 사진 / 겨울에도 화사한 공원과 물레방아 )

B팀 부장님은 내가 하는 모든 행동이 공격으로 느끼는 듯했는데 특히 내가 마우스를 클릭하는 소리를 유심히 듣는 것 같았다. 그 부장님은 내가 키보드를 치는 소리에 특히 더 예민해서 난 키보드로 단어조차도 못 치겠다고 느꼈다. 내가 만약에 마우스나 키보드를 하는 매 순간순간마다 내 건너편 책상인 B팀 부장님 자리에서 볼펜, 자, 키보드 등이 내려쳐지는 소리가 들리거나 종이뭉텅이가 엄청 크게 내려치는 소리, 한숨 쉬는 소리, 기침하는 소리 등이 느껴졌다. 부장님은 특히 내가 타자 치는 걸 엄청 싫어한다고 느꼈던 이유는 내가 타자로 어떤 단어라도 치면 바로 반대편에서 조용히 있던 부장님이 타자기를 급작스럽게 팍팍 누르면서 엄청 빠르게 치는 소리가 들리고, 내 양쪽에 앉은 두 명의 상사들이 그 소리에 몸을 화들짝 거리는 것 같았다. 타자로 ctrl+c랑 ctrl+v로 칠일 이 많은데 그조차도 부장님 스스로에게 위협이 되는 소리라고 느껴지는 것인지 그조차도 반응이 와서 미칠 것 같았다. 심장이 벌렁벌렁거리고 내가 모르고 무슨 소리라도 낼까 봐 침도 제대로 못 삼킨다. 더러운 이야기지만 그 바람에 침을 나중에 한꺼번에 삼키기도 한다. 사무실이 조용한 바람에 침을 삼키는 소리도 울릴 정도라서 침도 제대로 못 삼키는 나를 발견했다. 내가 무언가를 할 때마다 소리라는 것은 날 수밖에 없어서 심장이 터질 것 같았다. 긴장되고 심장이 터질 것 같아서 집에 도착하면 가슴이 조여지고 어깨는 딱딱하게 굳은 상태를 발견한다. 나의 왼쪽에 앉은 상사는 소리를 마구 내다가 그 B팀 부장님이 그 소리에 반응하는 것 같으면 소리를 고의로 낸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리려는 듯이 머리를 벅벅 긋는 것을 발견했다. 내 왼편에 앉은 상사가 스스로의 머리를 벅벅 긋는 모션이 B팀 부장님 입장에서 그 모습이 보인다는 것도 주목할만한 지점이었다. 업무를 하려면 당연히 타자를 치고 마우스를 클릭하면서 소리를 자연스럽게 내는 것인데 이거를 못하게 막는다고 생각이 드니까 억울했고 고의로 소리를 내는 것이 아닌데도 상대방은 그 소리를 공격의 의미로 받아들이니까 더 억울했다. 또 상대방 방향에서 나를 너무나도 무시하듯이 거세게 특정 소리로 반응하니까 기분 나쁘고 화나고 나 또한 대응하고 싶은 느낌이 들었다.


그럼에도 나는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이 가만히 참았다. 이전 직장에서는 내가 동료들로부터 괴롭힘을 당했을 때 불의를 참지 못해 대응을 하는 바람에 나를 향한 괴롭힘이 더 심해진 것 같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그렇게 다짐한 그다음 날에는 오히려 참는 것이 좋지 않은 것 같고 오히려 당당한 모습 보이는 게 그렇게 소리로 괴롭히는 일이 없을 것 같아서 눈치껏 엄청 살짝씩 맞대응을 했다. 그랬더니 점심시간 때 B팀의 두 분 다 나를 싫어하는 듯한 눈빛을 지으면서 내가 하는 인사도 마지못해 받아주는 느낌으로 내가 싫다는 듯이 대답했다. 그래도 그 전날밤에 내 마음을 인식하고 인정해 주었기 때문에 그 모습이 예전에 첫 직장 다녔을 때의 나처럼 마음이 아프게 다가오지는 않았다. 내가 어떤 소리를 업무상 낼 수밖에 없어서 크게 낸 적이 있었는데 나의 오른편에 앉은 우리 팀 부장님이 급작스럽게 몸을 엎드렸다가 뒤로 젖히는, 동작이 큰 행동을 반복하시더니 본인이 더 큰 소리를 내고 또 우리 팀 팀장님도 이따금씩 그런 식으로 행동했다. 다른 팀에게 공격을 당하지만 또 같은 팀 안에서 보호를 당하니까 기분이 묘했다.

676553558.407038.JPEG ( 내용과 무관한 사진 / 새벽 일출 )

내가 다닌 회사들에 의하면 회사들이 일을 하러 오는 곳이 아니라 소리로 다툼하려고 오는 곳 같았다. 어떠한 소리만 나도 서로가 본인을 공격했다고 오해하고 소리로 보호를 받으면 그 사람한테 애정을 갖는 이러한 관계가 답답하게 느껴졌다. 직속 상사는 아니지만 우리 팀에 또 한 분 더 계신데, 그 상사는 나를 종종 소리로 도와주는 걸 느꼈다. 그렇다면 나도 그 보답을 해야 되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그 상사는 B팀한테 소리로 공격받는 것 같으면 나도 그렇게 우리 팀의 직속은 아닌 상사에게 도움을 주는 행위를 하기는 하는데 이것이 다시 B팀과 관계가 좋아지지 않는 결과를 낳으니까 많이 괴로웠다. 내가 첫 직장에서 같은 팀 안에서는 경험해보지 못한 거라서 도움을 내가 받아보는 건 정말 좋다. 하지만 내가 보답을 하는 방식으로 공격을 해야 된다는 의무감이 나를 병들게 하는 느낌이고 내가 B팀에게 소리로 위협하면 죄스럽다. 그래도 그 B팀이 내게 꾸준한 위협감과 무시당하는 느낌을 심하게 줘서 그 죄스러운 느낌은 오래가진 않는다. 하지만 C팀 신입 동기한테는 B팀이 내게 하듯이 하지 않고 오히려 신입 동기를 보호하고 소리로 공격하지 않는 척을 한다. 그 신입 동기는 이곳이 첫 직장인데 반해 난 그래도 경력이 있는데 그런 나를 오히려 예뻐하지 않는다는 점이 이해가 안 된다고 느껴졌다. 우리 팀의 상사들은 내가 조금이라도 경력이 있다는 사실을 자랑스러워하고 그 점을 예뻐했기 때문이었다.

IMG_3015.JPEG ( 내용과 무관한 사진 / 눈이 쌓인 동네 )

첫 직장에서 나를 집단적 괴롭힘을 했던 사람들 중에 직급이 높았던 상사 또한 소리에 예민한 사람이었다. 주변에 어떠한 소리만 나도 첫 직장의 상사는 볼펜 같은 도구를 책상에 던지고 핸드폰을 떨어뜨리는 소리를 내곤 했다. 그 상사는 소리로 위협을 주는데 '힘들고 지치지도 않나?'라는 생각이 들을 정도로 그 짓을 하루 온종일 하는 것만 같았다. 한 번은 내가 그 상사 자리로 서류 주러 갔는데 내가 온 줄도 모르고 상사가 몸을 책상 위로 가깝게 납작 히 엎드려서 그 볼펜을 책상 위로 두들기고 있는 모습을 뒤에서 보았는데 우습게 느껴졌다. 그 상사는 내가 화장실에 갔다 오기라도 하면 미친 듯이 볼펜을 마구 던지는 소리를 냈었다. 나중에 나와 친분이 얕게 있는 타 팀 차장님이 나를 도와주려는 것인지 우리 팀 상사와 소리 대결을 하는데 나를 제외한 우리 팀 동료들하고 타 팀 사람들하고 소리 대결하는데 내 속은 미치는 줄 알았다. 점점 더 비참해지는 느낌도 들었다. 같은 팀 동료들은 나를 싫어해서 그런 소리를 내는 거고 오히려 다른 팀 사람이 나를 불쌍하게 봐서 참다못해 다들 나를 도와주시는 것처럼 느껴졌다. 타 팀에 대해 내가 말하는 바는 주관적인 심증이다. 다만 타 팀 차장님에게는 내가 괴롭힘을 받는 사실에 대해 말한 적은 없지만 감사하게도 차장님으로부터 먼저 식사하자고 해서 밥을 함께 먹은 적이 있었다. 이렇게 글을 쓰면서 급작스럽게 생각나는, 첫 직장에서의 우리 팀 상사도 스스로를 안다고 생각했던 사건이 있었는데 하루는 우리 팀 상사가 ’ 우리가 되게 다른 팀한테는 시끄럽게 보이겠지?‘라고 말하면서 재밌다는 듯이 깔깔 웃던 장면이 기억이 난다. 글로 쓰니까 되게 하찮고 우습고 별로 무서울 것 같지 않은데 사무실의 내 자리에 딱 앉는 순간 양쪽에 칸막이가 있고 차단된 느낌이니까 소리만으로도 굉장히 위협적이고 무서웠다. 특히 나보다 나중에 들어온 신입이 나의 상사보다 소리를 더 크게 내면서 소리도 다양한 방식으로 내는데 그것이 나를 향해 공격하는 소리로 인식될 때는 무척 무서웠고 정신의학과에서 약을 제조받게 된 계기가 되었다. 그래서 우리 팀 동료들이 그 신입을 함부로 대하지 못했고 그 상사는 그 신입을 자랑스러워하고 무척 예뻐했다. 그 이유는 그 신입이 내 바로 맞은편 자리에 앉았는데 그렇게 나와 가까운 자리에서 그 신입이 나에게 어마어마한 공포심을 줬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내 생각으로는 그 신입은 1분 1초 단위로 계속 소리를 내는데 그것이 자주 나를 향해 낸다는 생각이 들었고 심장이 콱 조이고 어깨는 굳고 머리도 자유롭게 사고가 안되고 온몸이 꽁꽁 묶이고 정말로 공포스러운 느낌이었다. 그러는 동시에 내 옆자리인 나와 경력이 한 달 차이로 앞선 동료는 일이 없어 보임에도 타자를 길게 치는 소리를 내는데 나의 일거수일투족을 다른 이들에게 고발하고 나를 비방하는 소리로 들려서 첫 직장을 퇴사하기 전까지 굉장히 무서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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