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한 단어로 설명할 수 있을까?
아니면 한 그릇으로?
만약 그렇다면, 나는 주저 없이 비빔밥을 고를 것이다.
서로 다른 재료들이 섞이면서도 각자의 맛을 잃지 않는 그 모습, 어쩐지 우리의 모습과 닮았다.
비빔밥은 내가 태어난 고향, 전주가 특히 유명하다.
솔직히 말하면, 전주에서 20년을 살았던 동안 나는 전주가 비빔밥이 유명하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자랐다.
서울로 올라와 직장을 잡고 결혼해 살면서야 비빔밥 하면 '전주'가 떠오르는 시대가 되었다.
내가 정말 모르고 살았던 건지, 아니면 우리 부모님은 비빔밥을 싫어하셔서 우리를 한 번도 비빔밥 집에 데려가지 않으신 건지는 모르겠다.
부모님이 여전히 전주에 계셔서 종종 내려갈 때면, 한옥마을 근처는 주차할 공간조차 없어 한참을 돌아가기도 했다. 발 디딜 틈 없는 사람들, 처음엔 낯설고 어색하기만 했다.
어릴 적 기억 속 그대로 남아 있는 건 경기 전과 성심여고, 그리고 이성계의 집터뿐이었다.
그 외의 풍경은 많이 바뀌어, 어디가 어딘지 헷갈릴 정도였다.
얘기가 잠시 옆으로 샜다.
비빔밥이 그렇게 유명하다 해서 관심을 갖고 둘러보니, 사실 오래된 비빔밥 전문점들이 도처에 있었다.
내가 그동안 관심 없이 지나쳤을 뿐이라는 걸 깨달았다.
생각해 보면 돌솥비빔밥을 즐겨 먹긴 했다.
색색의 나물 고소한 참기름, 반숙 계란프라이, 취향대로 먹을 수 있게 비벼 먹는 고추장까지 넣어서 비벼서
먹고 남은 밥밑에 누룽지를 긇어먹는 맛도 잊을 수 없다.
내 머릿속엔 비빔밥에 대한 추억이 별로 없다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나는 비빔밥을 꽤 자주 즐겼다.
비빔밥을 숟가락으로 비벼먹던 전주여자인 나는 TV에서 젓가락으로 비벼먹어야 한다는 걸 알게 되었다.
처음엔 어리둥절했지만 젓가락으로 비비니 훨씬 잘 비벼지긴 하였다.
그렇게 유명해지기 시작한 비빔밥은 이제 한국을 대표하는 음식 중 하나가 되었다.
'서진이네'라는 유명 TV프로그램이 있었는데 외국에 나가서 비빔밥을 메뉴로 선정해서 판매를 하기도
하였다.
외국인들은 상당한 관심을 갖고 비빔밥의 매력에 빠진 걸 보니 흐뭇하기도 했다.
한국을 상징하는 음식이 다양하긴 하지만 난 아직까지는 비빔밥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비빔밥 한 그릇 안에 담긴 색깔처럼, 우리도 서로 다른 모습으로 살아가지만 결국 함께 일 때 가장 아름답다.
그래서일까, 비빔밥을 보면 고향이 떠오르고, 고향을 생각하면 한국이라는 이름이 더 소중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