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쳐쓸 수 없는 것도 있다.

by 라라


사람 고쳐 쓰는 것 아니다.

살다 보면, 사람 고치는 게 제일 어렵다는 걸 뼈저리게 느낀다.

특히, 같이 사는 사람을 고치려 드는 건 더더욱.


내 남편은 화가 나면 입을 다문다.

하루, 이틀, 길게는 며칠씩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마치 집 안에 투명한 벽이 생긴 것처럼, 같은 공간에 있지만 서로의 얼굴조차 쳐다보지 않는다.


처음엔 그 벽을 부수려고 애썼다.

따뜻하게 다가가 말을 걸어도 보고, 억지로 웃어도 봤다.

때론 울며 따져도 보고, 나도 며칠씩 말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럴수록 벽이 더 두껍게 생기는 것 같았다.

아이들이 커가면서는 더더욱 견딜 수가 없었다.

나한테서 화가 났는데 아이들한테까지 말을 하지 않는 이 남자가 정말 어른인가 싶었다.

아이들이 아빠의 눈치를 보면서 크게 되고, 커가는 게 너무너무 싫었다.

이젠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다.

내가 집을 나갔다.

이 남자 내가 집을 나가도 눈하나 깜짝 안 하고, 아이들이 울면서 전화만 해됐다.

난 남편보다 아이들이 더 걱정이고 불안했다.

난 아이들을 생각해서라도 남편이 붙잡을 줄 알았다.

헛된 기대라는 걸 알면서도.


나의 짧은 가출은 내가 스스로 나가고 스스로 들어가는 걸로 끝났다.

결국, 나는 인정해야 했다.

사람의 성격을, 특히 몇십 년 굳어진 습관을 고친다는 건 부질없는 일이라는 걸.


고치려 할수록 내 마음만 더 상했다.

남편은 변하지 않았고, 오히려 내 기대가 나를 더 힘들게 했다.

사람은 고치는 게 아니라 받아들이는 거라고, 누군가 말했을 땐 쉽게 들리지 않았다.

받아들이는 게 아니라 그냥 그대로 두는 거라는 걸 깨달았다.

있는 그대로 이해하는 것도 결국 내 마음을 덜 다치게 하는 방법이라 생각했다.


남편은 여전히, 화가 나면 말을 안 한다.

그럴 땐 이제 나도 굳이 다가가지 않는다.

예전보단 말하지 않는 시간이 조금 짧아지긴 했다.

그래도 난 변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남편은 본인이 많이 노력하고 변했다고 말한다.

어이가 없지만 반응하지 않는다.


사람은 안 바뀐다.

나도 내가 스스로를 바꾸는 게 쉽지 않듯...

변하는 건 결국, 그 사람을 대하는 내 태도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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