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일상을 살아가며 끊임없이 ‘출력’한다.
생각을 출력하고, 말과 감정을 출력하며 살아간다.
때로는 머릿속에서 정리가 되지 않은 채, 말이 툭 튀어나올 때도 있다.
그럴 땐 스스로도 놀라고, 민망해지기도 한다.
한 번은, 아주 평범한 날이었다.
어떤 단어가 도무지 생각나지 않았다.
입안에서 맴돌기만 하고, 끝끝내 출력되지 않는 그 한 단어 때문에 머리가 복잡해졌다.
옆에서 누군가 알려주려 해도 “아니야, 이건 내가 꼭 기억해내고 말 거야.”
괜히 혼자 고집을 부렸다.
그렇게 이틀, 삼일을 보내며 애썼다.
결국엔 TV 속 자막에서 그 단어를 보는 순간, 허탈함과 함께 묘한 씁쓸함이 밀려왔다.
그토록 집착했던 단어는 ‘가스라이팅’이었다.
왜 그렇게까지 기억해내려고 했는지 지금은 기억도 잘 나지 않는다.
다만, 그때는 스스로 출력해 내는 게 중요했다.
정답을 누군가가 쉽게 알려주는 게 아니라, 내 머릿속에서 꺼내고 싶었다.
살다 보면 그런 순간이 자주 찾아온다.
어떤 말은 생각을 거치지 않고 갑자기 튀어나오고, 어떤 감정은 정리도 되지 않은 채 얼굴로,
말로, 행동으로 출력된다.
특히 스트레스가 쌓였을 땐 아무렇지 않게 상처 주는 말을 뱉고,
가끔은 이유 없이 화를 내고 싶어진다.
그럴 땐 나도 내가 당황스럽다.
‘내가 무슨 생각으로 이런 말을 한 거지?’ 하며 돌아서곤 한다.
인생은 늘 선택의 연속이다.
그런데 정작 우리는 늘 명확한 해답을 요구받는다.
흔들리지 말라고, 고민을 멈추라고, 확신을 가지라고.
하지만 인생엔 ‘출력 버튼’ 같은 게 없다.
아무리 생각해도 또렷한 답이 쉽게 나오지 않는다.
그래서일까, 나는 또렷한 해답을 찾기 위해 책을 읽는다.
특히 소설을 좋아하지만 편식하지 않으려 다양한 책을 손에 든다.
그렇게 읽고, 생각하고, 다시 글로 써 내려가다 보면, 어질렀던 머릿속이 조금씩 정돈된다.
말이 정리되고, 감정도 정리된다. 완벽한 출력은 아니지만, 이렇게라도 나를 표현하고,
내 안을 비워내며, 또렷한 해답을 찾기 위해 오늘도 글을 써본다.
완벽한 출력은 쉽지 않다.
그래도 우리는 생각하고, 말하고, 쓰며
조금씩 답을 찾아간다.
그렇게 나는 오늘도 천천히, 나를 출력하며 살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