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멈췄으면 했던 하루

다시 오지 않을 지금, 이 순간을.

by 라라



어느 평범한 봄날이었다.

따스한 햇살이 창문에 비치는 오후...

혼자있고 싶은날인데 아무도 집에서 나가질 않았다.

하지만 다 각자 제각각 개인 활동을 하고 있어서인지 혼자인거나 마찬가지인 느낌이 들었다.

아이들은 방문을 걸어 잠그고 게임인지 공부인지 모를 무언가를 하고 있을 것이다.

남편은 말없이 컴퓨터로 이런저런 작업을 하고 있었다.

그렇게, 각자의 세상에 머무른 가족이었지만, 그날만큼은 참 이상하게도 고요하고 평화로웠다.


무언가 크게 웃지도, 특별한 이벤트가 있었던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나는 그 순간이 너무 좋다.

불안도, 미래에 대한 걱정도, 아이들의 사춘기 감정 푹풍도 모두 잠시 멀어져 있었던 하루.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 같은 하루가, 마음 한구석에 조용한 편안함이 자리잡고 있었다.


저녁 식사 후, 딸아이가 싱트대에 그릇을 가져다 놓으며 무심하게 말했다.

"엄마, 오늘 날씨 진짜 좋았지?"

그 짧은 말 한마디에 목이 잠겼다.

'그래, 이런 게 행복이지. 이것만으로도 충분하구나.'


나는 늘 무언가를 걱정하고, 준비하고, 예측하려 했다.

미래의 비용표에 아이들 교육, 남편의 건강, 나의 노후를 계산하느라 오늘 하루의 따뜻함을 놓치는 날이

많았다. 아이들이 자라나는 만큼 나도 더 늙어가고, 이 평범한 하루들이 언제까지나 주어지지 않는다는

사실이 두렵기도 하다.

그래서 바랐다. 시간아, 제발 이 하루만 멈춰줘.

햇살이 따뜻하고, 아무도 다투지 않았고, 아이들이 내 옆에 있는 오늘을 조금만 더 오래 느끼게 해줘.


앞으로도 완벽한 날은 없을 것이다.

아이들은 커 갈 것이고, 고민은 모양을 바꿔 계속 찾아올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시간을 멈추게 할 수는 없지만, 기억은 붙잡을 수 있다는 걸.

오늘이 지나면 내일이 오겠지만, 내가 멈추고 싶었던 그 하루의 감정은 가슴 한편에 고이 넣어둘 수

있다는 걸.


그러니 나는 계속 오늘을 살아보려 한다.

다시 오지 않을 지금, 이 순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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