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자가도뇨 CIC

by 우철UP


소변줄, 유식한 말로 유치도뇨. 그동안 내 생명유지 장치이기 하지만 미관상 그리 멋있지는 않고 움직임에 항상 제약이 따른다. 소변줄을 제거하고, 어젯밤, 잠들기 전까지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요의를 느끼길 간절히 기도하였다. 그런데 하늘을 감동시키지 못한 것일까? 아니면 척수신경이 정말로 크게 다친 것일까? 아무리 크게 다쳤다 해도, 가장 기본적인 가장 쉬운 요의감. 즉 소변 마려운 느낌. 그 느낌을 모르다니 이게 말이 되나?



소변으로 방광이 꽉 차서 아랫배가 빵빵해졌지만 전혀 요의를 못 느끼고 있다. 정말이지 아무것도 아닌 일이 아무것도 아닌 게 되었다. 머리가 복잡해졌다.

인간의 기본적 욕구가 식욕, 수면, 배설욕인데, 배설이 안 되는 것이다.

왜? 왜? 왜? 안 되는 것일까?

그땐 몰랐지만 지금은 구체적이지는 못해도 왜 그런 것인지 이해가 된다.

방광도 근육이기 때문이다. 방광의 수축을 위해서는 수많은 가느다란 신경이 감싸고 그 신경을 통해서 방광도 움직인다. 그래서 방광과 이어지는 뇌사이에는 아주아주 민감하고 섬세한 신경다발의 지배를 받는다. 전문용어로 자율신경계의 영역이기 때문에 우리가 아무리 소변을 마렵더라도 갑자기 위기가 닥치면 동공이 커지고 요의는 저 밑으로 갑자기 사라지고 전투태세를 갖추게 되는 것이다.




cic도구 중 하나.JPG


여하튼 아랫배가 빵빵한 상태로 6시간이 지난 상태여서 주치의도 더 이상 기다릴 수 없다고 했다.

앞으로 간헐적 자가도뇨를 해야 한다고 했다. 그것은 말 그대로 일시적으로 일회용 소변줄을 사용하는 것이다.

소변은 방광이 움직이면서 요도를 통해 몸 밖으로 배출되는 것이지만, 난 방광이 움직이지 않기 때문에 소변이 나오는 요도에 일회용 소변줄을 넣어 방광까지 깊이 밀어 넣어 몸 밖으로 소변을 배출시키는 것이다.


시간이 꽤 지났기 때문에 주치의가 간헐적 자가도뇨 나에게 직접 하였다. 그리고 다음에 소변볼 시간 되면, 간헐적 자가도뇨 방법을 설명을 해주겠다고 했다. 참담한 기분이었다. 의사가 환자에게 하는 일종의 의료행위이지만 자존심이 상하면서도 어쩔 수 없지 않은가란 자포자기의 심정도 있고, 복잡 미묘한 감정선의 연속이었다.




오후에 소변볼 타임에 다시 주치의가 찾아왔다. 나와 간병사 중 누가 배울 것이냐라고 물었다. 난 참담했고, 미쳐버릴 듯한 기분이었지만 내가 생각해도 바로 정신을 차리는 아주 기특한 구석이 있다. 내가 배울 거라고 대답했다. 어차피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면 누구한테 도움을 받아 매일매일 치러야 할 일을 부탁할 수 없는 일 아니겠는가.


그런데 여기서 주치의가 간병사와 나중 누가 배울 것이냐고 물어봤던 이유는, 처음 이런 상황을 접하게 되면 열에 아홉은 본인이 간헐적 도뇨를 자기 손으로 절대 못하겠다고 회피한다고 한다. 그러나 난 회피할 상황이 아닌 것 같았다. 이것이 빨리 회복되면 좋겠지만 언제가 될지 모르는 일이고, 제일 마직막에 회복된다고 했으니, 회복될 때까지 내가 해야 하기 때문이다.


여하튼 주치의의 꼼꼼한 설명을 잘 듣고, 직접 해 봤는데 한 번에 성공했다.

간헐적 자가도뇨. 일명 CIC라고 한다. 척수손상이 일어난 대부분의 사람은 CIC를 한다.

준비물은 소변줄인 넬라톤, 젤, 소독약, 멸균장갑 또는 수술용 장갑 등을 준비하고 청결함을 유지하며 시행하면 된다. 이 방법에 대해서는 유튜브 비뇨기과 채널에 아주 자세히 나와 있다.

그나마 지금 양손을 자유롭게 쓰니, 내 손으로 내가 직접 도뇨를 할 수 있지만 양손이 자유롭지 못한 분들에 비해 그나마 낫다고 스스로 위로했다.


내 옆의 환자분은 어땠을까?

인생이 이래서 재밌다. 시험을 보아도 누군 합격하고, 누군 떨어지고, 그런 게 인생 아니겠는가. 인생은 그래서 재밌는 것.

내 옆의 환자분은 소변줄을 빼자 스스로 오줌을 누셨다. 부인의 이름을 부르시면 ‘숙아! 숙아! 소변통 가져와! 으흐하하하!!! 하면서 시원하게 쏴~~~ 볼일을 보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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