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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 환경이 나를 바꾸더라

by JUNO

호주 어느 소도시로 온지 한 달 가까이 되간다. 한 달이라는 시간이 빠르게 흘러갔고, 특별한 일이 많이 생기진 않았지만 퍼스에서의 나와 다른 점이 생긴 것 같다. 좋은 점은 나의 습관이 변했고 안 좋은 점은 안 좋은 습관이 여전히 남아있다고 할 수 있겠다.


첫 번째로 베트남 친구들과 생활하면서 나를 많이 변화시켰다. 아니 변화라기보단 그들의 생활이 나를 혼냈다. 이 친구들의 영어 실력은 솔직히 말하자면 형편없다. (나도 형편 없는 편이다.) 인사를 건네고 좀 대화를 나누고 싶어 좀 진중한 대화로 이어가려하면 이해를 못하는 수준이다. 하지만 이 친구들의 생활 습관은 나를 되돌아보게 만들었다.

나의 호주 워홀 기간 목표는 점 점 시간이 지날 수록 '돈'으로 바뀐다. 아니 바뀌기보단 '돈'으로 굳건해진다.

퍼스에서 주 60시간을 가깝게 일해보니 정말 고되구나라고 느꼈는데 이 친구들은 그냥 일하기 위해 태어났나? 싶을 정도로 일을 정말 열심히 한다. 말하자면 노동을 위해 태어난듯이 정말 오래 일한다. 주에 60시간은 기본이며 많다고 취급조차 안하고, 일 쉬는날 내가 "오늘 일 쉬면 좋겠네?"하니까 울상이다. 일을 하고싶다고.

그 무리들 사이에서 지내다보니 나도 같은 한 배를 타려고 낑낑대고 있었다. 저번주에 주6일을 일하고 세후 1500가까이 벌었다. 하루를 풀로 일한게 아닌 것도 있기에 주6일 치고 엄청난 수는 아니다.

하지만 베트남 일 부자들 덕분에 정신차려보니 두번째 직장을 구하기 위해 이력서를 보내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했다. 어느순간 내 머리속에선 주 7일 풀로 일해서 주 2천 벌어보고 싶다. 라는 생각이 내 머리속에서 떠나질 않는다. 아니, 해야겠다고 느꼈다.

이렇게 말하면 내 젊음의 시간을 돈 버는데 낭비한다고 볼 수도 있지만 이건 내가 선택한거고 내가 하고 싶은거다. 난 현재에 정말 열심히 살면 후회없는 인생이 만들어지고 내가 행복한 길을 갈 수 있다고 믿는 사람이다. 그렇기에 현재로선 일을 정말 많이 하고싶다. 돈도 많이 벌고.


두번째론 독서량이 많아졌다. 돈에 대해 욕심이 많아지니 자연스럽게 독서를 하게 된다. 난 내가 이루고 싶은 책 위주로 읽는다. 영어, 돈.

돈과 관련 된 독서는 1억이 키워드에 실린 책을 주로 읽는다. 호주 워홀 이내에 내가 벌고싶은 돈이기도 하고 이 부류의 책을 읽을 때마다 포기를 하지 않게 도와준다. 부동산, 주식, 예금, 적금, 부업 다양한 시각으로 돈을 번다. 영어는 호주에 살면서 영어로 현타를 느낄때가 많다. 난 영어를 잘하는 줄 알았는데 영어가 싫어질 정도로 스스로 억울해진 적도 많다. 하지만 많은 영어 관련 비문학 서적을 읽으며 동기부여를 받아 영어공부가 지루해질때쯤 다른 방법으로 접근해보려고 많이 애용한다.

이렇게 독서와 친해지다보니 다른 분야의 책을 읽기 시작했다. 지금 읽고있는 건 데일 카네기의 인간 관계론을 읽고있다. (제목만 보면 어려워보이지만 실은 어렵지 않다.)


세번째는 짠돌이 절약 정신이다. 흔하다. 절약은 많은 방법으로 가능하고 참 힘들다. 그런데 난 약간 변태적인 집착을 감미했다. 무소비 정신이다. 내 최근 통장 거래 내역을 보면 집 값으로 나간 돈 밖에 없다. 마트? 간식거리? 교통비? 없다.

마트는 특별히 먹을 게 없는 경우가 아니면 안 간다. 일하는 식당에서 모든 걸 해결한다. 일하다 중간에 남는 거 줏어먹고 퇴근하면 오버로 만들어진 음식을 집에 싸온다. 그리고 냉동실에 넣고 일 쉬는 날 꺼내 먹는다. 다른 걸 먹는 날이 있다면 그건 라면이랑 쌀이다. 난 요리도 좋아하고 먹는 것도 좋아하는데 신기하게도 돈을 아끼자 라는 생각이 들면 라면이랑 밥도 맛있다. 먹고 충분히 행복하다. 호주에서 먹어서 그런가 두배는 맛난 거 같다.

교통비는 무조건 자전거다. 차를 사려고 했는데 여기선 차 매물도 잘 안 구해지고 좀 좋아보이는게 있어도 퍼스에서 사는 것보다 1000불이나 2000불 더 비싼 거 같다. 추가로 메카닉 비용도 들면 아무리 중고로 팔아도 보험비, 취득세 등 한국 돈 100은 깨질 거다. 그래서 비가 오나 햇빛이 강하나 아직까진 자전거로 버티고 있다. (11월~2월에 비만 계속 온다는데 그 전까지 목표 금액을 벌고 빨리 한국을 잠시 맛 봐야겠다.)

친구가 없다보니 술 값도 안나가고 외식비도 안나간다. 사회성이 결여된다 볼 수 있지만 같이 사는 베트남 친구들, 일 하면서 직원들과의 소통이면 충분하다. 사실 좀 더 많은 이야기거리를 얘기할 수 있는 친구가 있으면 좋긴하겠지만 여기서 좀 만 버텨보자.


여전히 안 좋은 습관도 많다.


첫번째 휴대폰 사용량. 소셜미디어를 지웠다, 깔았다 반복이다. 소셜미디어의 숏폼은 정말 너무 무섭다. 말 그대로 그냥 빨려 들어간다. 스크롤 한 번이 100번을 만들듯이 정신차려보니 새벽이 되 있길래 이건 정말 하지 말아야지를 매일 느낀다. (물론 지금은 안 깔려있다. 매일 친구들의 메세지를 확인한다고 다시 깔지만 조용히 생활하는 나에게 연락은 자주 안 온다. 오히려 감사하게 생각하고 그냥 계속 지워두는게 낫겠다.)


영어에 대한 지침. 호주 오고 나서 영어는 많이 늘었다. 코워커들이랑 일하다 보면 한 번에 알아듣는 건 어렵고 재차 확인하면 그때부턴 계속 대화는 가능한 수준이다. 특히 호주 발음에 많이 익숙해졌다. 그래도 나이 많은 할아버지들의 억양은 어렵다. 무튼 영어 때문에 치이고 좌절하는 경우가 생기다보니 나도 모르게 이미 쫄아서 영어 공부를 건너 뛴 적이 참 많다. 퇴근하고 영어공부는 꼭 하기로 다짐했는데 이게 말 처럼 쉽지가 않다.


아침에 기상이 힘들다. 9시에 기상한다. 일 가기 직전에 일어나서 준비하고 나간다. 이건 방이 추워서 자다가 자주깨고 힘겹게 잠들어서 일어나기가 힘든건지 아니면 정말 그냥 일어나기가 힘든건지 모르겠지만 7시에 깨다가도 다시 잠든다. 원하는 패턴은 출근 2시간 전에 일어나서 공부 좀 하고 하루를 준비하는 여유를 가지고 나가고 싶은데 "삐리릭 기상, 일, 출발" 이 패턴이 일상이다.


오늘 참 흥미로운 점을 느꼈다. 저번주 (토,일) 일하고 이번주 (월,화,수,목) 이렇게 쭉 일하면서 드디어 (금요일), 오늘 쉬는구나 하고 어제 편하게 잠이 들었다. 기상하고 책을 읽다보니 약간 지루해지며 "아 부업 할 거 없나" 하며 웹 서칭을 찾고 있었 던 것이다. 주 6일을 일하면서 너무나도 쉬고 싶었는데 오늘 아침 10시 20분에 직원한테 연락이 왔다. 오늘 한 명이 비는데 일 할래? 라고. 분명 쉬고 싶었는데 다시 기분 좋게 일을 받고 행복하게 일을 했다. 평소와 같은 취침시간이었는데 이상하게도 몸이 가볍다. 정신이 온 몸을 지배한다가 정말이다. 내가 이 삶을 어떻게 바라보냐에 따라 달라지는 거 같다. 무튼 오늘 글쓰고 내일 오후에 또 일 하러 오라는데 8일 연속 일자리가 잡혔다. 젊은 나이라 그런가 쉽게 안 지치더라.

한국에서 투 잡은 상상치도 못했고 투 잡을 하면 "나 이렇게 열심히 살아" 하는 스스로에 대한 자기 위로를 하겠지만 지금 현재 내가 따끔하게 말해주고 싶다.


비속어가 많을 것 같아서 혼자만 생각해야겠다.


무튼 내 주변에 경이로울 정도로 일하는 친구들이 많아서 그런가 아무리 일을 많이 해도 "나 열심히 살고있으니까 아무도 못 이겨" 이딴 소리는 입 밖으로도 못 꺼낸다.

진짜 강자들을 만났기 때문이다.


대신, 감히 말하겠지만 호주에 살면서 한국에서의 많은 것들이 잊혀져간다. 내가 지냈던 집, 도시, 주변인들 나의 부족했던 과거들과 얽혀있었던 모든 것들이 이젠 머리속에서 점차 사라져간다. 굳이 말하자면 이젠 떠내 보내주고 싶다. 내가 성장했으니 과거의 것들이 형편없어 이렇게 들릴 수 도 있다. 사실 반은 맞고 반은 틀린 듯하다.

더 높은 곳을 봐 버렸다고 느낀걸까? 허세감이 하늘을 찌르는걸지도 모른다. 무튼 이게 내 현재 느끼는 바이다.

분명 이렇게 말해놓고 미래엔 딴 소리 할 수도 있다. "모든 건 평등하다. 높고 낮은 건 없다" 이 지랄하면서.


참 사람 일이라는게 앞을 모른다. 그래서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말 한마디 한마디가 무거워진다. 그래서 내 생각을 글로 남길수 있는 이 곳에서는 내가 느끼는 바는 솔직하게 적고 싶다. 나중에 보면 또 달라져있겠지.


주 2천달러 벌고 기분이 어떨지 다시 와서 작성하겠습니다. 유연한 근무 시간이 도와줘야하기에 운이 정말 많이 필요합니다. 노동은 문제 없습니다. 이건 운이 도와줘야 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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