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이 들어간 채로 살아온 시간

by 정성균

결과물로 여겨진 마음


사람은 마음의 상태를 하나의 산출물처럼 다루는 데 익숙해져 있다. 오랜 시간 애쓴 끝에 손에 쥐는 보상이나 여러 단계를 거쳐 완성되는 결과물과 같이 감정을 대하는 태도가 자연스럽게 자리 잡았다. 일정한 조건을 충족하고 정해진 과정을 성실히 밟아 나가면 평온이라는 상태가 뒤따를 것이라는 기대가 그 바탕에 놓여 있다. 이런 인식은 삶을 설계하는 방식에도 그대로 스며든다. 일정을 세분화하고 시간을 촘촘히 나누며 성과를 수치로 점검하는 이유 역시 이 흐름과 맞닿아 있다. 이러한 과정이 반복될수록 마음도 함께 정돈될 것이라는 믿음이 생긴다. 겉으로 보기에 이 방식은 책임감 있고 체계적인 선택처럼 읽힌다. 감정에 질서를 부여하려는 시도로 받아들여지기도 한다.


그러나 이 효율적인 길을 오래 따라가다 보면 다른 감각이 서서히 모습을 드러낸다. 충분해 보이는 근거들이 차곡차곡 쌓였음에도 마음은 쉽게 가라앉지 않는다. 숫자가 늘어날수록 갈증은 깊어지고, 안정을 약속하던 지점은 조금씩 멀어진다. 성취의 기쁨이 머물러야 할 자리에는 설명하기 어려운 긴장이 남는다. 마음을 살아 있는 감각으로 대하기보다 관리 대상과 비슷하게 다루는 태도가 이런 흐름을 만들어낸다. 감정은 지시에 따라 반응하는 장치처럼 움직이지 않으며, 투입의 양과 결과가 언제나 같은 방향으로 이어지지도 않는다.


붙잡을수록 굳어가는 상태


무언가를 강하게 쥐려는 태도는 통제에 대한 욕구와 맞닿아 있다. 하루를 잘게 나누어 계획표에 배치하고, 그 틀 안에서 오차 없이 움직이려 애쓴다. 예측하기 어려운 감정까지 관리 목록에 포함시키며 효율을 따지는 일도 잦아진다. 이 정도면 충분하다고 스스로에게 말해보지만, 관성은 쉽게 멈추지 않는다. 조금 더 나아가야 한다는 압박과 더 정교해야 한다는 요구가 자연스러운 기준처럼 자리 잡는다. 기준은 점점 세분화되고, 선택지는 그만큼 줄어든다.


이런 흐름 속에서 여유는 생산성을 떨어뜨리는 요소로 인식된다. 잠시 멈추거나 시선을 돌리는 행동은 뒤처짐의 신호처럼 읽히기 쉽다. 호흡은 점차 얕아지고, 몸은 긴장을 풀 틈 없이 경직된 상태에 머문다. 안정을 향해 계속 발걸음을 옮기지만, 그 과정에서 편안함은 늘 다음으로 미뤄진다. 손에 힘을 더 줄수록 근육은 빠르게 굳어간다. 감각이 둔해진 손은 온기를 오래 느끼지 못한다. 집중이 지나칠수록 생동감이 줄어드는 이유가 이 지점에서 드러난다.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

brunch membership
정성균작가님의 멤버십을 시작해 보세요!

삶의 현장에서 건져 올린 생각과 마음의 결을, 책 속 문장과 함께 조용히 전합니다. 스친 만남이 믿음으로 이어져 각자의 하루에 힘을 더하는 장면들을 담담히 써 내려갑니다.

621 구독자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

  • 최근 30일간 27개의 멤버십 콘텐츠 발행
  • 총 161개의 혜택 콘텐츠
최신 발행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