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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순혁 Dec 27. 2024

달이 보이지 않는 밤

에세이 

달이 보이지 않는 밤

그러니 별 또한 셀 수 없는 밤


어둠은 하늘에 깊게 드리우고

제 주위를 감쌉니다


제 눈을 멀게 하고

제 귀를 닫게 하고

제 입을 막아

제가 느낄 수 있는 것은

오직 어둠의 촉감뿐입니다


어둠은 탄산음료같이 끈적거리고

얼음같이 차가워

시린 온도에 제 몸은 얼어붙습니다


마음이 가시에 찔린 듯 들썩입니다

다시 자기의 자리를 찾지 못하는 

마음 탓에

괜시리 허둥댑니다


숨을 고르게 쉬려 노력해도,

뛰는 심장을 가라앉히려 해도

붕 뜬 것만 같은 기분이

진정이 되지 않습니다


한 치 앞도 보이지 않고

어떠한 소리도 들리지 않고

무슨 말도 할 수 없습니다


이 어둠이 거두어지려면

새벽이 닥쳐야 할 텐데


어서 동이 트기를 기다립니다


제 대부분의 감각을 앗아간

이 밤이 끝나기를 바랍니다

그 사람들을 위해


한 송이 불꽃으로

제 몸을 태우며

살고 싶지 않아요


찰나의 순간에

지나가는 사람으로

남고 싶지 않아요


아무도 저를 모르던 때

저를 믿어준 사람들,

고마웠던 사람들,

손을 내밀어 주던 사람들,

나를 홀로 남겨두지 않은 사람들에게

빚을 갚아야만 해요


내일이 오면

잊힐 오늘이지만

오늘을 특별한 날로 만들고 싶어요


내일이 오면

식어버릴 감정일지라도

오늘을 그 사람들에게 보내고 싶어요


그 사람들을 위해

과거의 저 같은 사람들에게

저도 그 사람들이 되어

손 내밀어 주고 싶어요


망가졌던 저를 안아주던

그 사람들을 위해

과거의 저 같은 사람들을

저도 그 사람들처럼

말없이 안아주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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