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달이 보이지 않는 밤
그러니 별 또한 셀 수 없는 밤
어둠은 하늘에 깊게 드리우고
제 주위를 감쌉니다
제 눈을 멀게 하고
제 귀를 닫게 하고
제 입을 막아
제가 느낄 수 있는 것은
오직 어둠의 촉감뿐입니다
어둠은 탄산음료같이 끈적거리고
얼음같이 차가워
시린 온도에 제 몸은 얼어붙습니다
마음이 가시에 찔린 듯 들썩입니다
다시 자기의 자리를 찾지 못하는
마음 탓에
괜시리 허둥댑니다
숨을 고르게 쉬려 노력해도,
뛰는 심장을 가라앉히려 해도
붕 뜬 것만 같은 기분이
진정이 되지 않습니다
한 치 앞도 보이지 않고
어떠한 소리도 들리지 않고
무슨 말도 할 수 없습니다
이 어둠이 거두어지려면
새벽이 닥쳐야 할 텐데
어서 동이 트기를 기다립니다
제 대부분의 감각을 앗아간
이 밤이 끝나기를 바랍니다
그 사람들을 위해
한 송이 불꽃으로
제 몸을 태우며
살고 싶지 않아요
찰나의 순간에
지나가는 사람으로
남고 싶지 않아요
아무도 저를 모르던 때
저를 믿어준 사람들,
고마웠던 사람들,
손을 내밀어 주던 사람들,
나를 홀로 남겨두지 않은 사람들에게
빚을 갚아야만 해요
내일이 오면
잊힐 오늘이지만
오늘을 특별한 날로 만들고 싶어요
내일이 오면
식어버릴 감정일지라도
오늘을 그 사람들에게 보내고 싶어요
그 사람들을 위해
과거의 저 같은 사람들에게
저도 그 사람들이 되어
손 내밀어 주고 싶어요
망가졌던 저를 안아주던
그 사람들을 위해
과거의 저 같은 사람들을
저도 그 사람들처럼
말없이 안아주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