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마당 한구석 사과나무가
새하얗게 떨고 있었다
채 닫지 못한 창문 틈새로
바람이 자유롭게 드나들고
나 또한 마찬가지로
새파랗게 질려 떨고 있었다
구름이 가득 드리운 하늘
태양도 뚫지 못하는 구름 장벽
어쨌거나 날은 밝아졌지만
태양빛을 오롯이 받을 수 없다는 것은
꽤나 신경 쓰이는 일이 아닐 수 없다
간밤에 쏟아져 내린 눈이
마당 가득 쌓이고
문에서 대문까지 눈을 쓸었다
잠시 한숨 돌리는 사이
다시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하얗디하얀 눈들은
번거롭게 휘날리고
빗질한 자리 위에 다시금 쌓였다
빗자루를 팽개치고 내리는 눈을 바라볼 적에
저 멀리 지평선 너머에는
태양이 서둘러 자리를 비우려 했다
곧이어 어둠이 찾아오겠지
별들은 수없이 많이 빛나겠지만
태양도 뚫지 못한 구름을
저 자그마한 별들이 어떻게 뚫을 수 있을까
사과나무에는 눈꽃이 맺히고
나는 나뭇가지를 털어줄 생각조차 못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