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온 세상이 어둠에 물들어가고
말없이 걷는 나와 너가 있다
금빛 노을을 지나 보내고
밤이 드리운 시간
우리는 말없이 걷는다
별들은 저마다 다른 모습으로 떠오르고
꽃들은 하나같이 저무는데
우리는 그것에 대해 아무런 말도 없이
맞잡았던 손을 놓는다
우리가 멈춘다
한동안 나직이 이야기를 나누다
나는 떠나가고
너는 땅에 뿌리내린 듯이
한치의 걸음도 내딛지 않는다
무슨 이야기를 나누었을까
내가 떠나감을 고하였을까
너는 나를 붙잡고 싶었을까
어찌 되었건 우리는 이제 둘이 되었다
하지만 어째서일까
떠나가는 나도 남은 너도
눈물을 억수같이 쏟아낸다
떠나는 이도 남겨진 이도
온통 눈물에 번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