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들레

by 장순혁

하얀 민들레 피어날 적이면
밤은 잠시 물러난다

민들레는 까만 달빛을 받고
까만 흙 속에서 영양을 훔쳐
활짝 만개한다

민들레의 잎을 헤아리지 않아도,
민들레의 색을 알아보지 못해도
민들레는 피어난다
하얗게, 더 하얗게

하얀 잎이 하얀 날개가 달린 씨앗이 될 때
꽃은 허리가 꺾이고
입김 하나에 민둥머리가 되어버린다

씨앗을 날리기 위해
하얀 민들레는 피어났나 보다

더 많은 민들레들을 위해
하얀 민들레는 꺾였나 보다

하얀 민들레 피어날 적이면
뜨거운 더위도 잠시 물러난다

민들레는 강렬한 태양빛을 받고
밝은 갈색 흙 속에서 영양을 받아
활짝 만개한다

민들레의 생애를 훑어보지 않아도,
민들레의 이름을 모르는 이가 많아도
민들레는 피어난다
하얗게, 더 하얗게

하얀 씨앗을 날리고 나면
꽃은 버려진다
허리가 꺾인 채

씨앗을 다 날려 보낸 민들레는
더는 민들레가 아닌 걸까

민둥머리만 남은 채 버려진 민들레는
더는 민들레라 불릴 수 없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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