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빛이 가득했던 8월 전엔 심적으로 힘들었던 1년을 보냈다. 2023년 6월, 사랑하는 아빠를 갑작스럽게 떠나보냈고 내 마음은 아직도 회복 중이었다. 사실 회복 중이라기보단 회피 중이었다. 최대한 아빠 생각을 안 하려고 했고 다른 일들로 내 인생을 채움으로서 바쁨에 허덕이고 있었다.
2023년 6월 2일, 그날은 금요일이었다. 내가 교사로 일하고 있던 학교에서 학생부 테니스 선수들과 교사들 간의 친선 경기가 있었다. 아주 습하고 더웠던 걸로 기억한다. 테니스 경기가 끝난 후 아이를 유치원에서 픽업했더니 너무 피곤했었다. 그래서 친정집에 다음날 갈까 고민을 하다가 '그냥 피곤한 김에 빨리 친정에 가서 저녁을 먹자!'라고 생각이 되어 1시간 반 거리에 있는 집에 갔다.
그날이 마지막이었다. 아빠와의 마지막 식사, 아빠와의 마지막 대화, 마지막으로 만져본 따뜻한 아빠의 손.
아빠가 돌아가신 후 한동안은 뭘 해도 눈물이 났었다. 슬픈 노래를 듣거나 스트레스를 받으면 그저 눈물이 났다. 남편이랑도 자주 싸웠다. 사실 싸웠다기보단 나의 일방적인 하소연과 날 이해해 줄 수 없냐는 답답함에 혼자 몸부림치는 거였다.
그래도 1년을 열심히 버티고 살았다고 생각했는데 갑자기 암환자가 될 줄이야. 아빠는 정말 섭섭했을 것 같다. 처음 암 소견을 들었을 때는 아빠를 원망했고, 수술이 끝났을 때는 아빠에기 감사했으니까. 어느 순간부턴가 아빠가 하늘나라에 갔다는 사실 하나로 아빠는 내 수호천사 겸 보호자라고 생각하고 있었나 보다.
아빠가 돌아가신 후 '죽음'에 대해서도 많은 생각을 하게 되는 1년이었는데 불과 몇 달 전까지는 내 죽음에 대해서도 많이 생각을 했었다. 나에게 죽음이란 정말 허무한 끝이다. 정말 끝이더라. 아무리 열심히, 아등바등 살았다 한들 죽고 나니 모든 게 멈춘다. 친했던 친구들도, 사랑했던 친척들도 딱 그때만 안타까워한다. 우스갯소리로 남편과 그런 얘기를 한 적이 있었다.
"내가 죽으면 재혼하지 마. 나만 억울하잖아. 평생 나만 그리워하며 살아!"
근데 지금 그런 시나리오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본다면 정 반대다. 내가 없어도 내 가족들은 다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다. 아빠도 그렇게 생각할까? 우리 아빠는 워낙 외로움도 많이 타고 예민했던 사람이라 좀 슬퍼할 것 같긴 하다. 아빠, 외롭더라도 난 더 오래 살다가 갈게. 도와주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