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를 향해 걷던 남자는 반짝이는 전등을 보곤 생각했다. 결국 반짝이는 건 같은데 나는 왜 바다를 향하고 있는지.
죽어라 노래를 부르며 환희에 차서 눈물을 흘리고 싶다. 슬픔에 찬 눈물은 반짝이지 않으니깐. 그저 추할 뿐이니깐. 그는 평생 흘리지 못한 채 죽었고, 장례식에서는 그가 지금까지 들어보지 못했고 듣지 못할 아름다운 노래가 나오고 있었다.
4갈래로 갈라진 길은 어느 하나 똑같지 않고, 앉아서 어딜 갈지 정하려던 그 남자는 결국 바닥에 떨어진 돌멩이만을 바라보고 있었네.
바라보지 못하는 그 여자는 땅만을 보며 걷다 그만 비쳐오는 햇빛에 치여 죽어버렸네.
모래를 손 구석구석으로 느끼고 있던 그 아이는 새빨간 세상 속 홀로 파란빛을 내뿜고 있었지만 모두들 빨간 노을만을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마침내 얻은 그 남자는 자의로 바닥에 떨어트렸네. 마치 그 비참함을 원했던 것처럼.
손을 뻗은 그 여자가 붙잡은 건 다름 아닌 썩은 사과 박스였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아주 잘 어울렸다. 다른 선택지로는 싹이 터버린 감자뿐이었다.
빛을 가리던 그 노인은 한구석 그늘에서 그녀를 쳐다보고 있는 다수의 아이들을 만났다.
그 노인은 한창 밖에서 뛰어놀아야 할 아이들이 어째서 여기 있는지 물었다.
아이들은 그녀를 쳐다보지 않은 채 말했다. “당신이 가리고 있을 뿐이야.”
갓 나온 빵을 들고 그녀는 달렸다. 이젠 굶지 않으리. 이젠 갈구하리. 내가 뭘 원하든. 그러나 그녀에게 찾아온 건 다름 아닌 당뇨에 걸린 어린 동생이었다.
자그마한 생선을 입에 넣은 그 아이는 몇 번 혀를 굴리더니 생선을 뱉고 부모님에게 주었다. 분명 주황색을 띠고 있던 그 생선은 차갑고 눈이 부실정도의 흰색깔을 띠고 있었다.
강에 다리를 반쯤 넣은 그 남자는 식당에서 나오는 여자를 보았다. 그녀는 그를 한번 보고는 다시 강 위로 헤엄치기 시작했다. 절대 그와 함께 바다를 보고 싶지 않다는 표정으로.
반짝이기 시작했다. 이내 다시 꺼졌다. 그리고 다신 반짝이지 않았다.
많은 시간이 지나고 누군가 찾아오기 시작했다. 반짝였던 역사 많이 남은 그것은 ‘반짝였던 것’으로 남게 되었다. 모두들 그것을 보며 꺼져있는 모습은 보지 않은 채 반짝이는 모습만을 상상했다.
잠에서 깨어난 그 남자는 시끌벅적한 주변을 보곤 다시 잠에 들었다. 다시 깨어날 때까지 그들이 있어주길 바라며.
많지 않은 시간이 지나고 눈을 뜬 그 남자의 주변에는 노란색의 빛나고 아름다운 꽃들이 피어있었다. 바람소리와 함께 그의 아우성은 노을을 향해 퍼져나갔다.
입에 들어간 순간 눈을 떴다. 팔을 뻗으며 잡으라고 외쳤지만 더 깊은 곳으로 잠수하기 시작했다. 이내 첨벙하는 소리가 들리더니 그 남자는 까맣고 까만 물안에서 나를 찾기 시작했다. 나는 더 더 깊이 잠수하기 시작했다. 내심 나를 계속해서 쫓아와 주길 바라며.
잠이 든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니 목 안에서 뭔가 느껴지기 시작했다. 나는 그녀를 내 목 깊숙이 넣었다. 숨이 쉬어지지 않았지만 마침내 편안해졌다. 그녀의 숨소리가 목에서 들렸다. 안심이 된 나는 그녀를 끌어안고 잠에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