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트 진열대 앞에서 멈춰 섰다. 반짝이는 비타민제들이 눈에 들어왔다.
"엄마, 이거 알아?
우리 어릴 때 친구들 다 먹던 건데..."
막내가 비타민 병을 집어 들었다.
"우린 한 번도 못 먹어봤잖아."
순간 가슴 한편이 무너져 내렸다. 아이 목소리에 담긴 아쉬움이 화살처럼 날아와 꽂혔다. 그저 평범한 비타민제 하나가 우리 사이에 놓인 시간들을 되돌아보게 했다.
막내는 그저 지나가는 말처럼 던졌을지 모른다. 하지만 그 한마디에 담긴 추억의 빈자리가 내 마음을 흔들었다. 부모라면 누구나 자녀에게 세상의 모든 좋은 것을 안겨주고 싶어 한다. 작은 비타민 하나조차 사주지 못했던 그때, 나는 얼마나 많은 밤을 뒤척였던가, 참 열심히 살았는데 그땐 왜 그렇게 힘들었는지,
마트 진열대 앞에서 나는 깨닫는다. 시간은 흘러갔지만 아이의 마음속엔 그 빈자리가 고스란히 남아있음을, 비타민 한 알에 담긴 달콤함을 누리지 못한 어린 시절이 아이의 기억 속에 작은 그림자로 남아있음을,
이제는 커버린 막내지만, 그 말 한마디가 보여준 순수한 아쉬움은 여전히 내 가슴을 먹먹하게 한다. 부족했던 그 시절, 채워주지 못했던 그 마음, 시간을 되돌려 돌아갈 수 있다면, 내가 돌아가고 싶은 때는 아이들이 어릴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