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슬아슬 줄타기
어느 주말 아침, 독서모임은 언제나 그렇듯 시간을 잊게 만드는 마법 같은 시간이었다. 선배들과 대화를 나누는 시간은 언제나 도낏자루 썩는 줄 모르게 시간이 휘리릭 지나간다. 하지만 현실은 냉정했다. 11시 손님과의 약속. 10시 20분, 아쉬운 마음을 뒤로한 채 발걸음을 겨우 떼어냈다.
내비게이션은 10시 58분 도착을 알렸다. "허걱, 큰일이네!" 하지만 11시 2분 전 도착. 작은 안도의 한숨과 함께 액셀을 밟았다. 도착 시간 5분 전, 손님의 전화.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한마디로 시작된 양해의 순간. 코리안 타임은 이제 옛말이다. 약속 시간 전 도착은 새로운 문화로 정착되어가고 있다. 적어도 10~20분 전에 먼저 준비를 하고 대기해야 하는데, 이것은 명백한 나의 실수가 맞다.
지하 주차장에 급하게 차를 세우고 헐레벌떡 뛰어 사무실에 도착. 벤치에 앉아 기다리던 손님. 그 순간, 작은 벤치의 존재가 얼마나 고마운지. "벤치야, 고마워." 사무실 문도 안 열고 바로 안내를 시작했다. 주중에 잠시 머물 거라고 하시면서 컨디션이 마음에 든다는 손님의 말 한마디. 내일 중 결정, 월요일 연락을 주겠다고 한다. 그 짧은 대화 속에 무한한 가능성이 스며들었다. 주말, 워라밸의 유혹. 하지만 손님의 스케줄은 때로는 나의 휴식을 앗아간다. 그래도 좋다. 기회는 언제나 귀하니까. 시간은 흐르고, 기회는 스쳐 지나간다. 작은 벤치 하나도 도움을 주는 현실에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