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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복한부자kms Nov 29. 2024

첫눈에 반함

도둑맞은 제 마음 좀 찾아주세요


운명의 문

저녁의 빛은 미묘하다. 사무실 창가에 머무는 마지막 빛줄기는 오늘의 모든 이야기가 담겨 있다. 시간은 언제나 그렇듯 조용히, 그러나 확신에 찬 걸음으로 흘러간다. 문이 열리는 순간, 오래전 남편과의 첫 만남이 스쳐 지나갔다. 그 시절의 묘한 떨림이 다시 찾아온 듯했다. 형언할 수 없는 어떤 에너지, 좋은 인연을 예감하게 하는 신비로운 기운이 공간을 채웠다.


"다른 부동산 방문도 했는데 브리핑이 부족해서 혹시 여기는 제가 찾는 매물이 있을까 해서 방문했어요. 여기가 마지막 희망이에요."


여자 손님의 목소리에는 지친 여정과 아직 꺼지지 않은 희망이 공존했다. 안내를 하면서 배운 가장 중요한 것은, 부동산이란 단순한 거래 대상이 아닌 누군가의 소중한 꿈이자 안식처라는 것이다. 그래서일까, 그날 밤 현 임차인이 비밀번호를 알려주고, 매매로 나온 공실이 순간 생각난 것은 단순한 우연이 아닌 하늘의 배려처럼 느껴졌다.


집의 컨디션이 마음에 든다고 바로 계약을 하겠다고 한다. 집을 구한 시간도 촉박하고 이사할 날짜는 다가와서 마음이 무거웠는데 정말 감사하다면서 연신 감사 인사를 했다. 임대인이 모임 중이라 내일 오전 중으로 연락해서 가계약을 하기로 하고 헤어졌다.



시련, 그리고 기적의 문

다음 날 아침,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 들려왔다. 임대인의 보증금 인상 요구. 손님의 문자에는 절박함이 고스란히 묻어났다. "어떡하죠... 제가 준비한 돈이 부족한데..." 한 사람의 희망이 무너져버리는 순간이다. 이 순간, 직감했다. 이 인연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모든 일과 만남에는 정확한 때가 있다는 것을.


" 손님, 일단 임대인을 만나서 대화를 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오후에 시간이 되시면 함께 방문하기로 하면 어떨까요?" " 네 알겠습니다. 퇴근 후 방문하겠습니다."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오는 손님의 얼굴에는 수심이 가득했다.



마음을 움직이는 한마디

손님과 함께 임대인을 만나러 호실로 발걸음을 향했다. 연신 불안해하는 손님을 안정시키고, 속으로는 플랜을 짜고 있다. 임대인의 입장을 먼저 헤아리고, 그 마음을 돌리는 것이 먼저야.


"사모님, 요즘 월세 체납으로 고민하는 임대인들이 너무 많아요. 저희는 그런 부분을 감안해서 임차인을 연결하고 있어요. 이 손님은 보시면 아시겠지만 인상도 좋으시고 무엇보다 직장이 좋아서 월세 연체하지는 않을 겁니다. 게다가 사모님이 집을 매매하실 때도 적극 협조해 주시겠답니다." 임대인의 굳어있던 표정이 조금씩 풀어지는 것을 보며, 다시 한번 진심의 힘을 느꼈다.



하늘의 시간표 작은 선물, 큰 위로

마치 보이지 않는 손이 모든 순간을 조율하는 듯했다. 오후 1시, 친구와 크로커다일 매장에서 단체복 주문, 사은품으로 양말을 받았다. 그때는 몰랐다. 이 작은 선물이 누군가에게 큰 위로가 될 것이라는 것을.


계약서에 도장이 찍히는 순간, 손님의 어둡던 얼굴에 수심이 걷힌다. 퇴근 준비를 하려고 가방을 여는 순간 선물로 받은 양말이 눈에 띈다. 마음 고생한 손님에게 드려야겠다는 마음이 생겼다. 하늘은 이미 이 순간을 알고 있었던 걸까. "마음고생 많으셨어요. 작지만 새 출발을 축하드리는 선물이에요." 양말을 건네며 말했다. 누군가의 선물이 다른 이의 축복이 되는 순간, 가슴 한편이 따뜻해졌다.



일상 속 숨겨진 기적들

부동산 중개는 단순히 집을 연결하는 일이 아니다. 누군가의 꿈과 희망을 담은 공간을 찾아주는 일이며, 때로는 예상치 못한 축복의 메신저가 되는 일이다.


일상에는 이런 작은 기적들로 가득하다. 늦은 시간의 방문이 특별한 만남이 되며, 예기치 않은 선물이 누군가의 위로가 되는 순간들 계획이 틀어지고 예상치 못한 일이 생기더라도, 그것이 더 큰 축복의 문을 여는 열쇠가 될 수 있다.


하늘은 늘 가장 완벽한 순간에, 가장 아름다운 방식으로 선물을 준다. 그 작은 기적들 속에서 진정한 삶의 의미를 발견한다. 일상에는 이런 특별한 순간들이 숨어있다. 다만 그것을 알아보는 눈과 마음의 여유가 필요할 뿐. 오늘도 누군가의 소중한 꿈을 이어주는 다리가 되어, 새로운 기적을 기다린다.


"사람이 마음으로 자기의 길을 계획할지라도 그의 걸음을 인도하시는 이는 여호와 시니라" - 잠언 1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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