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를 조절하지 못하면..
아침 9시, 업무 시작 전, 요란하게 울리는 전화를 바라보며 받을까, 말까 잠시 망설였다. 마치 겨울 칼바람처럼 차가운 목소리가 수화기 너머로 들려왔다. 소장님을 찾는 고객의 음성에는 짜증과 분노가 가득했다.
"저희는 10시부터 업무를 시작해서 소장님과 전화 연결이 안 된 것 같습니다. 잠시 후 10시에 전화하시면 통화가 되실 겁니다." 나의 차분한 설명이 흐르고 전화는 그렇게 끊겼다.
오후의 사무실, 아침의 그 격양된 목소리의 주인공이 들어섰다. 마치 봄날의 햇살처럼 부드러워진 표정으로.
오후 1시, 아파트 안내를 했다. "5시에 아내와 함께 다시 오겠습니다." 순간, 처음부터 5시에 같이 오면 되지
왜 두 번씩이나 방문을 하려고 할까? 하는 마음이 살짝 찾아왔다.
약속한 시간, 오후 5시 아내와 함께 찾아온 그는 주저 없이 바로 계약을 결정했다. 더불어 사무실용 오피스텔까지! "앗싸, 일타쌍피!"라는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화내지 않는 것이 최고의 덕이다." 공자님 말씀이 생각난다. 만약 아침의 그 분노에 맞불을 놓았다면? 아마도 이런 멋진 결말은 없었을 것이다. 아침의 차가운 분노는 어느새 사라지고, 따뜻한 신뢰가 자리 잡았다. 마치 구름 뒤에 숨어있던 달이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듯이.
우리는 종종 잊는다. 사람의 마음이란 봄날 하늘처럼 변화무쌍하다는 것을. 첫인상이 전부가 아니며, 매 순간 새로운 기회가 열린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