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번의 마주침
초겨울의 찬 공기를 가르며 새벽빛이 도시의 어둠을 걷어내는 순간, 거리는 생동감으로 가득 차오른다. 커피 향 가득한 프랜차이즈 카페들이 하나둘 문을 열고, 수많은 이들이 각자의 보금자리에서 기지개를 켜며 새로운 하루를 시작한다. 출근길 사람들의 발걸음 소리가 도시의 심장처럼 울리는 이 시간, 마음 한편에는 이번 계약에 대한 기대감이 살포시 자리 잡는다. 유리창에 비친 아침 햇살이 사무실을 은은하게 물들이는 가운데, 오늘의 약속을 다시 한번 확인한다.
"이번에는 꼭 성사되어야 할 텐데..." 한숨 섞인 기대를 안고 약속 장소로 향하는 발걸음이 무거웠다. 두 번의 어긋난 만남은 마치 퍼즐 조각이 맞지 않는 듯한 아쉬움을 남겼다. 세 번째에서야 겨우 이뤄낸 안내. 네 번째는 주말을 기약했으나, 굳게 닫힌 건물 문 앞에서 다시 한번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마치 운명이 장난치듯 평일로 미뤄진 약속. 임차인의 조급한 목소리와 임대인의 바쁜 일정 사이에서, 조율에 대한 책임감이 어깨를 무겁게 짓눌렀다.
월요일 아침, 사무실 책상에 앉아 다시 한번 약속을 잡는다. "저녁 6시 30분에 가도 될까요?" 임차인의 미안함이 묻어나는 음성이 수화기 너머로 전해진다. "죄송하지만 6시 퇴근입니다만..." 임대인의 말에 잠시 정적이 흐른다. 시간 조율의 묘미란 늘 이처럼 아슬아슬한 줄타기와 같다. 양해를 구해 6시 반 만남을 성사시켰다. 모든 것이 순조로워 보였다. 하지만 인생이란, 때로는 예상치 못한 곳에서 변수가 찾아오는 법이다.
5시 45분, 퇴근 준비에 한창일 때 갑작스러운 전화벨 소리가 울린다. "6시에 도착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예고 없는 일정 변경에 당황스러움이 밀려온다. 시계는 어느새 5시 50분을 가리키고, 임차인은 이미 도착했다는 연락이 온다. 급히 임대인에게 연락을 취하며 설명했다. 퇴근 시간대의 막히는 차들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간다. 원칙과 현실 사이에서 흔들리는 마음을 다잡았다. 완벽한 절차를 고집하다 놓쳐버린 지난날의 거래들이 떠올랐다. 때로는 융통성이 전문성만큼이나 중요하다는 것, 현장에서 몸으로 배운 교훈이다.
6시 10분, 임차인이 이미 가계약금을 입금했다는 소식이 전해진다. '절차도, 순서도 없이...' 한숨이 새어 나오려는 찰나, 문득 깨달음이 스친다. 완벽한 매너와 절차를 꿈꾸지만, 현실은 변수가 많다는 것을. 마치 꽃이 피어나는 과정이 조금은 어수선하더라도, 그 결과로 피어난 꽃이 아름다운 것처럼. 거래는 단순한 계약서 작성이 아니다. 그것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신뢰를 쌓아가는 과정이며, 각자의 꿈과 희망을 연결하는 다리다. 때로는 불완전해 보이는 과정 속에서도 이러한 본질을 잃지 않는 것, 그것이 진정한 비즈니스의 가치일 것이다.
서둘러 가계약서를 작성하며 떠오르는 생각들이 봄날의 벚꽃처럼 흩날린다. 매너 있게 진행되지 못한 계약이 못내 아쉽지만, 매너만 남기고 무산된 수많은 계약들보다는 낫지 않을까? 우여곡절 끝에 맺어진 오늘의 계약은 마치 폭풍우 후의 무지개처럼 특별한 의미로 다가온다. 현실 앞에서 이상을 잠시 접어둬야 할 때가 있음을, 그것 또한 삶의 지혜임을 깨닫는다. 사무실 창밖으로 붉게 물드는 노을빛이 오늘 하루의 분주함을 감싸 안는다.
인생에서 진정으로 추구해야 할 것은 무엇일까? 완벽한 과정일까, 아니면 만족스러운 결과일까? 때로는 현실의 불완전함을 받아들이는 것도 성숙함의 한 모습일 것이다. 그것이 삶이요, 그것이 비즈니스 현장의 진정한 모습이다. 마치 봄비가 내린 후 더욱 선명해지는 하늘처럼, 이런 순간들이 모여 더욱 깊이 있는 경험이 되어간다. 이렇게 쌓아온 모든 순간들이 나를 성장시킨다. 완벽하지 않은 과정 속에서도 최선의 결과를 만들어내는 것, 그것이 진정한 프로페셔널의 모습일 것이다.
계약서에 마지막 서명을 하며, 이 모든 과정이 하나의 이야기가 되어 가슴 한편에 자리 잡는다. 완벽하지 않았던 순간들이 오히려 더 생생한 추억으로 남는 것처럼, 이 계약 역시 그렇게 특별한 의미로 기억될 것이다. 오늘의 경험 역시 내일을 위한 소중한 자산이 되리라. 사무실을 나서며 마주한 저녁 하늘에는 노을이 물들고 있다. 때로는 삶의 아름다움이 그 불완전함 속에 숨어있다는 것을, 오늘의 경험이 다시 한번 일깨워준다. 이것이 바로 현장에서 배우는 진정한 비즈니스의 미학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