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흐를수록 깊어지는 빛깔
봄날의 햇살처럼 따스한 기운이 감도는 어느 오후, 한 노신사가 오피스텔 계약을 위해 방문했다. 사진을 취미로 가지고 계시다는 그분의 눈빛에서 여전히 청년의 모습이 반짝였다.
"식사 전이면 점심이나 같이하시죠." 따스한 정을 담아 건네시는 말씀에서 세월이 무르익은 배려가 느껴졌다.
며칠 후, 아파트를 구경하고 싶다며 다시 찾아오신 노신사를 푸른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오션뷰 아파트로 안내했다. 창 너머 펼쳐진 탁 트인 전망에 그분의 눈빛이 마치 바다처럼 일렁였다.
"여보, 이리 와서 이 전망 좀 봐요." 다음 날, 사모님의 손을 꼭 잡고 다시 찾아오신 노신사의 목소리에는 설렘이 가득했다.
엘리베이터 안에서 마주한 두 분의 모습은 한 폭의 수채화 같았다. 서로를 향한 따스한 눈빛, 꼭 맞잡은 손, 사모님을 걱정스레 챙기시는 노신사의 다정함까지.
"다정하신 모습이 너무 보기 좋네요." 빙그레 웃으시는 두 분의 미소가 오후의 햇살처럼 공간을 따뜻하게 물들였다.
떠오르는 태양도 장관이지만, 하루의 일을 마치고 서쪽 하늘로 수줍게 물드는 노을은 또 다른 아름다움을 선사한다. 노부부의 사랑도 그랬다.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 깊어지는 마음의 빛깔이, 저녁노을처럼 찬란하게 빛났다.
낙조는 끝이 아닌 새로운 아름다움의 시작이다. 서로를 향한 마음이 세월과 함께 더욱 깊어지는 사랑. 마치 저녁노을처럼, 조용히, 그러나 더없이 찬란하게 피어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