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새벽, 병원 응급실 복도는 긴장된 공기로 가득했다.
하얀 형광등 불빛은 잔인할 만큼 차갑게 내려앉았고, 바닥을 구르는 들것 바퀴 소리는 세하의 귓속을 찢듯 울렸다.
그는 방금 전 들은 소식이 여전히 믿기지 않았다.
류원이 사고로 쓰러졌다.
급하게 달려온 병원 앞. 이미 그룹 경호팀이 병동 출입을 통제하고 있었다. 검은 정장을 입은 경호원들이 무표정하게 세하를 맞았다. 그러나 그들의 눈빛은 혼란스러웠다.
“부회장님!”
그들은 세하를 보자마자 길을 열어주었다.
순간, 세하는 섬뜩한 이질감을 느꼈다. 그들이 지금 ‘류원’을 보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윤세하’를 보고 있는 것일까.
병실 안, 산소호흡기에 연결된 류원이 희미한 숨을 내쉬고 있었다. 얼굴은 창백했고, 미간은 고통에 일그러져 있었다.
세하는 침대 옆에 서서 그의 손을 잡았다. 차갑고 가벼운 손.
그때, 류원이 간신히 눈을 떴다. 흐릿한 시선이 세하를 붙잡았다.
마치 오래 기다린 듯, 힘겹게 입술이 움직였다.
“… 거울…”
숨이 끊어질 듯 이어졌다.
“… 거울 속… 나를… 대신해라.”
목소리는 거의 사라져 갔지만, 그 말은 번개처럼 세하의 심장을 때렸다.
대신해라.
간호사가 다가오며 서둘러 류원의 상태를 확인했다.
“안정을 취해야 합니다. 더 이상 대화는—”
그러나 이미 세하의 귓가에는 류원의 속삭임만 메아리쳤다.
거울 속 나를 대신하라.
그 말은 단순한 부탁이 아니라, 운명을 넘기는 선언처럼 들렸다.
세하는 침대 곁에서 한동안 꼼짝도 하지 못했다.
바깥에서는 계속해서 그룹 관계자들이 몰려들고 있었고, 경호팀은 점점 더 긴장된 목소리로 보고를 주고받았다.
그날 밤, 병실 창문 밖에서는 또 다른 눈빛들이 빛나고 있었다.
세하는 알 수 있었다.
이 순간조차 누군가의 카메라에 기록되고 있다는 것을.
---> 10화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