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로 온 이끼돌

시골이끼의 상경

by 백소라

유난히도 길었던 2025년 추석연휴.

아이들과 강원도 여행길에 올랐다.


나는 어린 시절 여행을 많이 다녀보지 못했다.

먹고살기 빠듯하던 그 시절엔 다들 그랬을까?

남들은 어찌 다니나를 궁금해하지도 않던 시절이렸다.


어른이 된 나는 이제 마음만 먹으면 떠날 수 있다.

여행이라면 비명을 지르며 좋아하는

아이들의 리액션을 보자면,

더더욱 떠나고 싶어진다.


그렇게 떠난 강원도 숲 여행은 정말 어김없이 좋았다.


숲 속 나무집에서 지낸 이틀.

아침마다 숲산책.

숲이주는 약수.

사방이 아이들의 놀이터로.

우리는 숲에서 숨 쉬며 숲을 맡으며,

내내 행복했다.


막내는 종이비행기를 접고 날리고 접고 날리고

첫째 두찌는 차 썬루프에 서서 숲길을 달리기도 했다.

나는 숲에서도 도시에서도 그 어디에서도

같은 모습이다.

밥을 지어 끼니를 챙기고

틈틈이 간식을 준비하고

아이들의 안전을 확인하고

잠깐 앉아서 책을 본다.


매일아침 숲 속을 거닐다 보면

이끼가 잔뜩 낀 돌들이 무성했다.

숲 속 관계자에게 여쭙고는

돌들을 주워서 함께 상경했다.

집에 돌아와 이끼돌을 도시 우리 집 화분들에게

나누어 놓아주고는 물을 준다.

오래 유지되기 힘들 거라는 숲선생님 말씀이 걸려 열심히 물도 주고 사랑도 주면서 이끼돌을 반려돌(?) 삼아 참말로 예뻐해 본다.


그러다가 신기한 경험을 하게 되었다.

분무기로 이끼에 물을 주면 이끼가 집안을 온통 숲 속향으로 채워준다. 어느새 집안에 강원도 숲의 향이 퍼지고 그 향을 맡으려 코는 연신 바쁘다.


이렇게 도시로 상경한 숲의 ‘이끼돌’은

한 달을 넘게 도시생활에 적응 중이다.


오래 유지되기 힘들 것'이라던 숲 선생님의 말씀이 무색하게, 이 작은 생명은 낯선 도시의 공기 속에서도 꿋꿋이 초록을 빛내고 있다.


분무기를 누를 때마다 온 집안에 퍼지는 짙은 숲의 향기는 나의 일상에 잠시 멈추어 숨을 고를 틈을 선물한다.


그렇게 ‘숲’이 주는 ‘숨’을

우리는 오늘도 마신다.


그러다가 괜시리 이끼돌에게 미안하다.

어쩌면 넌 숲속이 고향일텐데

내가 억지로 데려와 친구들과 헤어지게 한건가 싶어.

문득 서울쥐와 시골쥐가 생각난다.


오늘도 우리집 서울쥐들을 위해

숨쉬어주는 이끼돌아

“고마워.”


어린 시절, 여행은 상상조차 어려웠던 내가

이제는 아이들과 마음껏 숲을 거닐고,

심지어 그 숲의 한 조각을 집으로 데려와

매일 마주하고 있다.


도시로 온 이끼돌은

어디에 있든 행복은 가까이에 있다는 작은 위로이자,

언제든 다시 떠날 수 있는 그날의 충만했던

기억 그 자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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