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탁이에요. 15분만 들렀다 보고 가시면 됩니다.
그래야 제가 3만원을 받을 수 있어요.”
나는 낯선 도시에서 낯선 여자로부터 낯선 부탁을 받았다
검은 세월의 주름이 깊은 그녀의 얼굴에서 억센 눈빛만이 빛났다
집 근처 모델하우스조차 구경하지 않는 나로서는
낯선 도시의 모델하우스를 둘러볼 이유가 없었다
오후 3시 하행버스를 타려면 시간도 여의찮았다
그녀의 낯선 부탁이 구차하게 느껴지면서도
15분 시간을 낼 수 없어 한편으로 미안했다
그녀에게 ‘3만원’의 의미가 무엇인지
감히 가늠이 되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나는 ‘시간이 없어서요.’라면서
그녀를 지나쳤다
우리는 같은 시간을 살고 있으면서도
다른 시간을 살아간다
뒤통수가 뜨겁다